북한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인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단지를 약 8일 만에 모두 철거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9일 보도했다.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의 17일 촬영 사진을 분석한 VOA는 이날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의 중심부 건물을 비롯한 8개의 건물 지붕과 외벽이 모두 해체돼 콘크리트 토대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VOA는 지난 10일쯤부터 리조트 중심부 건물 해체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전했는데 여드레 만에 철거작업을 사실상 마친 것이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미 스탠퍼드 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VOA와 인터뷰에서 “건물들이 8일 만에 철거됐다는 사실은 틀림없다”며 “어떻게 이런 빠른 속도로 해체 작업을 끝냈는지 모르겠다. 불도저로 밀어버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해금강호텔 해체도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VOA는 총 7층 높이였던 해금강호텔의 윗부분이 모두 사라져 1~3층 정도만 남았다고 전했다. 작업 추이로 볼 때 곧 북한 금강산의 남측 시설은 모두 사라질 전망이다.
아난티 골프장은 국내 리조트기업 아난티(옛 에머슨퍼시픽)가 북한이 현대아산에 임대한 대지 168만5000㎡를 50년간 재임차해 세운 시설이다. 2008년 5월 개장했지만 그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자 문을 닫았다.
2019년 10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말했다. 김정일의 유산이자 남북 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을 원점부터 독자 추진하라는 지시였다. 이후 북측은 우리 쪽에 철거 통지문을 보내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가 2020년 초 코로나 사태 악화로 관련 움직임이 잠정 중단됐다.
통일부는 지난 8일 해금강호텔 해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11일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북측에 남측 시설 철거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북측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