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 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기록물 지정금지 헌법소원 청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 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기록물 지정금지 헌법소원 청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 측이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게 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13일 헌법소원을 냈다.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57) 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퇴임과 동시에 대통령기록물 지정을 통해 진실을 숨기려 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며 헌법에 위반된다”고 했다. 이어 헌재 결정 전까지 대통령기록물법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도 냈다.

현행 대통령기록물법은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군사·외교·통일 기록물 등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해 최장 15년(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 동안 비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대통령기록물법 때문에 유족들이 마땅히 알아야 할 정보들을 모르게 된다면 인권 침해”라고 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씨는 2020년 9월 22일 서해 최북단 해상에서 어업 지도 활동 중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살됐다. 국방부는 당시 ‘A씨가 자진 월북했고, 북측이 총격을 가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작년 10월 원인철 합참의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북한군 감청 자료에)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었냐’는 질의에 “있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북한군이 시신을 소각하는 불빛이 관측된 영상이 있다고도 했다.

유족 측은 이런 자료들을 포함한 이씨의 피살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방부 등이 거절하자 지난 2021년 1월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당시 “유족에게 사망 경위 관련 일부 정보를 공개하라”고 했지만 정부는 항소했다. 다음달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며 이 정보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면 유족 측이 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정보 공개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골든타임동안 구조를 하였는지 여부 및 북한에 대한 신변보호 요청과 월북 증거의 존재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유족은 청와대를 상대로 승소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항소까지 하면서 정보 공개에 불응하고 있다”며 “해당 정보들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다면 진실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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