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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미사일 전력 안정화 단계...핵무기 실전 배치 임박한 듯”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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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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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출신 핵(核) 사찰 분야 전문가 올리 하이노넨 미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북한의 핵 미사일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미사일 전력이 점점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다. /미 스팀슨센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출신 핵(核) 사찰 분야 전문가 올리 하이노넨 미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북한의 핵 미사일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미사일 전력이 점점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다. /미 스팀슨센터

“한미 당국은 이번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이를 대중에 미리 공개했다. 김정은의 계획이 실시간 외부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김정은의 걱정이 많아질 것이다.”

핵(核) 사찰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올리 하이노넨(76)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본지와 네 차례에 걸쳐 화상 및 서면 인터뷰를 했다. 첫 인터뷰 직후 북한이 잇따라 도발을 감행하면서 추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그는 “이번 ICBM 발사는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북한이 감행한 미사일 시험 중 ‘실질적 실패’가 거의 없었다는 건 북의 핵미사일 전력이 점점 안정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핵미사일 발사대의 기동성이 높아져 발사체 사전 탐지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도 한국으로선 우려할 만한 대목”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종전(終戰) 선언 추진에 총력전을 벌인 데 대해 “비핵화 협상은 ‘정치적 이유’가 아닌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동력 삼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무기고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가 간) 오해가 겹칠 경우 (핵) 무기가 사용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단된 북한) 비핵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 한미가 자신의 계획 파악했는지 골몰할 것”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발사했고, 최근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도 쐈다. 북한은 무엇을 노리는가.

“외부 세계에 자신들의 능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더 많은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된 탄두를 저고도(低高度)에서 터뜨려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시험을 병행했다. 이는 ‘공중 핵폭발’ 기술을 갖췄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특히 북한 탄도·순항미사일 개발의 진전 속도가 빠르다. 핵무기 탑재는 어려울지 몰라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금지된 다른 종류의 대량살상무기(WMD)를 탑재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의 제한된 자원과 기술적 경험을 고려해볼 때 북한이 실제 극초음속 미사일을 생산·배치할 수 있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윤석열 후보 당선 이후 미국이 북한에 좀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

“한미 군·정보 당국은 북한의 ICBM 발사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이를 대중에 미리 공개하는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당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작전 방해를 위해 내부 움직임, 분위기 등을 사전에 파악해 실시간 노출하는 전략과 유사하다. 김정은이 보안 유출 관련 걱정이 많아질 것이다. 김정은은 지금도 한미 당국이 자신의 향후 계획을 파악하고 있는지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군은 북한이 지난 16일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스텔스 전투기를 서해에 띄우고, 패트리엇 미사일 요격 훈련 사실도 공개했다.

“남북 간 적대적 대화 수위 낮아졌지만, 북핵 갈수록 고도화”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가 이전보다 안전해졌다고 단언했다. 그 평가에 동의하나.

“최근 몇 년간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남북 간) 대화의 수위는 낮아지긴 했다. 그러나 비핵화에 진전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북한은 모든 WMD 프로그램을 폐기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지키지 않고 있고, 지금도 더 고도화되고 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북한은 핵을 포기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이 지난 2007년 6월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 공항에 도착해 북한 영변 원자로 봉인 문제에 대해 기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이 지난 2007년 6월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 공항에 도착해 북한 영변 원자로 봉인 문제에 대해 기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IAEA는 최근 북한이 영변·강선·평산·영변 내 핵시설을 재가동했다고 밝혔다. 무엇을 뜻하는가.

“김정은은 북한이 핵전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다고 거듭 밝히면서 핵탄두를 소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핵탄두의 소형화, 탄두 무게 감소는 중장거리 핵미사일 배치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이다. 이를 위해 플루토늄은 기술적으로 매력적인 물질이다. 약 4kg의 플루토늄으로 탄두 한 개를 만들 수 있는데, 5MWe 원자로는 연간 약 6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북핵 위협이 극적은 아니더라도 (지금도)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진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나.

“무기고가 늘어나고 (국가 간) 오해가 겹칠 경우 (핵)무기가 사용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핵화 작업은 중단돼선 안 된다. (비핵화를) 진전시키고 (남북 간) 핫라인을 포함한 통신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비핵화는 국가 이익 동력 삼아 진행해야”

-당신은 작년 말 트위터 글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 전 한국 전쟁을 끝내려고 한다. 그러나 북한과의 평화협정(종전 선언)은 문 대통령 임기가 얼마나 남았는지와 연결되면 안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말 자신의 업적 쌓기에 치중했다고 생각하나.

“리더들은 (자신의 업적에 대한) 열망(aspiration)을 갖게 마련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선거가 다가오면서 이란과의 비핵화 협상을 서둘러 진행했다. 이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비핵화 협상은 국내적,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국가의 장기적인 이익을 동력 삼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중·러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진전을 늦췄다. 북한 수출 등에 타격을 입혔고, 그 결과 해외 자금줄이 차단돼 핵 프로그램 속도가 늦춰진 것이다. 단순히 협상 테이블에 북한을 올리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안 된다. 제재 완화를 위해선 북핵 개발 중단, 핵 물질 폐기 등 구체적인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

“최근 북 미사일 실험 ‘실패’ 거의 없어, 안정화 단계”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보나.

“즉각적인 징후는 없다. 그러나 소형 핵탄두 제작을 위한 추가 (핵) 실험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같은 핵 실험에는 부지가 필요한데 이 때문에 북한이 풍계리 실험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과거에 비해 북핵 능력 및 위협은 얼마나 늘었다고 평가하나.

“핵 물질 증가 속도는 빠르지 않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문제다. 최근 들어 북한이 진행한 미사일 시험 중 실질적인 실패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북한 핵미사일 전력이 점점 안정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에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증을 했다. 최근 상황은 반대로 흘렀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여권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비핵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과 한미가 서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경제 상황 개선과 함께 첨단 산업이 북한에 도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이러한 남북간 관계 발전은 북한으로 하여금 추가 군사력을 구축할 필요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우려가 계속 나왔다. 오바마 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가 반복되는 것 아닌가.

“전략적 인내만으로는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북한은 핵과 미사일 전력을 더 증강할 것이기 때문이다. 핵·미사일 실험과 함께 핵 분열성 물질 생산의 증가는 북한이 이러한 능력을 실전 배치하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무기들이 계속 실전 배치될수록 해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 (새로운 협상을 위한) 신뢰를 쌓는 것은 더 어려워 질 것이다.”

“북핵은 남북 관계를 넘어 지정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5월이 되면 한국에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차기 정부에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조언한다면.

“수십 년간 지속된 북핵 문제는 한국과 해당 지역 내 안보 이슈다. 또한 이는 WMD 프로그램의 폐기 및 비확산에 대한 전 세계적 기준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실질적인 역내 안보 구조 내에서 주요 당사자가 돼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 보조에 좀 더 맞춰야 한다는 뜻인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남북 관계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일대 지역의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 한·미·일 3자 협력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올리 하이노넨

1946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태어나 헬싱키대에서 방사화학 전공으로 학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27년간 IAEA에서 북·이란·남아프리카·이라크·시리아를 상대로 핵 사찰 업무를 주도했다. 1992년 북핵 사찰단으로 평양을 처음 찾은 뒤 제네바합의, 6자 회담 등 주요 북핵 이슈 때마다 북한을 20여 차례 방문했다. 현재 미 안보 전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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