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 들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조선일보 DB
 
북한이 올 들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조선일보 DB

미국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북한이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 북부사령관도 조만간 북의 새로운 ICBM 도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북한 영변과 강선 핵 단지, 평산 우라늄 광산에서 새로운 활동 징후가 포착됐다”고 했다. 한국 대선을 앞두고 국제사회가 일제히 북의 핵·ICBM 도발을 경고한 것이다.

올 들어 북은 9차례에 걸쳐 각종 미사일 13발을 쐈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해 ‘정찰위성 개발용’이라며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도 2차례 발사했다. 위성 발사체는 ICBM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ICBM 도발 수순을 밟는 것이다. 북이 2018년 폭파 쇼를 벌였던 풍계리 핵 실험장에도 새 건물이 들어섰다. 핵실험 재개 준비일 수 있다. 김정은은 이미 1월 핵·ICBM 모라토리엄(유예) 파기를 예고했다. 오늘 당장 핵·ICBM 도발을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김정은은 한국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예외 없이 전략적 도발을 해왔다. 2012년 대선 직전에 ‘위성 발사’라며 장거리 로켓을 쏘더니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곧이어 영변 원자로 재가동 선언으로 긴장 수위를 높였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넉 달 뒤에도 6차 핵실험을 했다. 다시 두 달 만에 사거리 1만3000km에 달하는 ICBM까지 발사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이라고 했다.

지금 김정은은 과거 한국 대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봉쇄와 국제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경제는 파탄 직전이다. 내세울 건 핵·ICBM뿐이다. 내부 결속을 다지고 외부 지원을 받아내려면 위기를 고조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도발밖에 없다. 예상을 뛰어넘는 핵·ICMB 도발 가능성은 농후하다. 새 정부가 맞닥뜨릴 안보 환경도 불리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패권 경쟁이 불러온 신냉전이 대북 제재의 국제 공조를 흔들고 있다. 김정은이 새 정부를 시험하는 도발은 기정 사실로 보는 것이 옳다. 오늘부터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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