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연쇄 도발을 규탄하는 미국 주도 공동성명에 3차례 연속 불참했던 한국 정부가 4번째 공동성명엔 참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입장 변화의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와 그 심각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한국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러시아 제재 참여를 미적대다 미국 동맹 가운데 유일하게 대러 수출 통제 면제 혜택을 못 받는 ‘외교 참사’를 겪고서 태도를 바꾼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11국 유엔 대사들은 28일(뉴욕 현지 시각) 안보리 비공개회의에서 북한의 전날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한 직후 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발사는) 올해 들어 10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로, 하나하나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북한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보리 결의는 북한이 대량 살상 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CVID)으로 포기하도록 의무를 지운다”고 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8차례에 걸쳐 각종 미사일 12발을 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안보리 긴급 회의를 4차례 요청했고, 회의가 끝날 때마다 장외 회견을 주도했다. 미·중 갈등 여파로 안보리 차원의 대북 압박책 도출이 무산되자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을 규합한 것이다.

이번 회견에서 눈길을 끈 건 조현 유엔 주재 한국 대사였다. 조 대사가 앞선 3차례 회견에 전부 불참한 것을 두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안보 의식이 안일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미 측은 조 대사의 3연속 불참을 놓고 여러 경로를 통해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북한의 무력 시위뿐 아니라 중국의 인권 탄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권위주의 독재 정권들의 잘못된 행동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 민주 진영이 연대할 때마다 한국은 소극적 태도로 빈축을 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늦게나마 이런 지적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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