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 들어 네 번째 무력 시위를 감행한 지난 17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이 긴급 유선 협의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미·일과 한국의 발표 내용은 딴판이었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미·일은 북한의 도발이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고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지만, 한국 발표에선 이런 내용들이 모두 빠지고 ‘대화 재개’만 부각됐다. 단결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기 위한 협의였지만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외교부 전경/2022.01.10/이명원 기자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외교부 전경/2022.01.10/이명원 기자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각) 3자 협의 소식을 전하며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숱한 안보리 결의들을 위반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했고, 북한이 불법적이고 불안정한 활동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김 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공약과 한일에 대한 철통 같은 방위 약속을 재확인했다”고도 했다.

일본 외무성 역시 “세 사람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에 대해 다시 한번 강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해 외교적 대처,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 억지력 강화의 관점에서 계속 긴밀히 협력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3국 북핵 수석대표는 북한의 후속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가운데 한반도 상황의 안정과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한 3국 간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했다. 미·일 발표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안보리 결의’ ‘우려’ ‘비핵화’ 등의 표현은 빠지고 ‘조속한 대화 재개’만 강조된 것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한·미·일 3자 협의의 의의는 북에 강력하고 단결된 경고 메시지를 내는 데 있다”며 “그런데 북한 미사일 위협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인 한국의 궤도 이탈로 그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고 했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나흘에 한 번꼴로 대남 타격용 단거리 미사일을 4차례(6발) 발사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안보리 결의 위반’ ‘도발’로 규정해 규탄·항의하는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유럽 등 북한 미사일 사정권에서 벗어난 국가들이 북한의 도발 때마다 강도 높은 규탄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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