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성공에 이어 KN-23·24 신형 전술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실전 배치 단계까지 들어감에 따라 ‘발사 전 선제 타격으로 제거’ ‘발사 후 공중 요격’을 골자로 하는 한국형 3축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와 열차 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미사일을 쏠 수 있고, 또 변칙적으로 움직이는 신형 미사일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탐지 및 요격이 모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3축 체계 중 첫 번째인 ‘킬 체인’은 북 핵탄두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을 때 이를 탐지한 뒤 30분 내에 ‘현무-2′ 등 미사일과 공군력으로 타격해 무력화한다는 개념이다. 최근 정치권서 논란이 된 ‘선제 타격’이다.
킬 체인이 실현되려면 100~150기가 넘는 북 미사일 발사대 움직임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 전후방 지역 미사일 기지 13곳을 중심으로 반경 수십㎞ 이내 도로망을 정찰위성과 정찰기로 감시하고 있다. 이동식 발사대가 도로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형 전술 미사일 등의 등장에 따라 감시해야 할 이동식 발사대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이 지난해 9월에 이어 지난 14일 열차에서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감시·추적이 더욱 어려워졌다. 북한 철도망은 전국 각지에 5000여㎞에 달하고 은닉에 용이한 터널도 수백개에 달한다. 군 당국은 1조2200여 억원을 투입해 대형 정찰위성 5기를 올해부터 2024년까지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5기 모두 도입되더라도 북한 상공을 지나며 감시하는 시간에 2시간가량 공백이 발생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킬 체인의 핵심은 발사 징후를 먼저 포착해 원점 타격을 하는 것인데 현재 지상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위성 영상으로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킬 체인 다음 단계인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도 점점 어려워지는 건 마찬가지다. KAMD는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뒤 우리 땅에 떨어지기 전에 요격하는 개념이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정밀하게 탐지·추적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종전 북한 구형 스커드·노동 미사일은 높은 고도로 포물선형 궤도를 그리며 날아와 탐지 및 요격이 가능했다. 하지만 북한이 2019년 이후 집중적으로 발사하고 있는 KN-23은 풀업(급상승) 등 회피 기동이 가능해 요격이 어렵다. 북한이 17일 발사한 KN-24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이나 KN-25 600㎜ 초대형 방사포는 최대 비행 고도가 40~50㎞ 미만에 불과해 마찬가지로 탐지 및 요격이 힘들다.
특히 북한이 ‘완전 성공’을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낮은 고도를 고속으로 비행하면서 선회 비행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중국·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처럼 지그재그 비행까지 성공한다면 요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탐지와 요격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변칙 기동을 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완성해 전력화할 경우 요격할 기회가 거의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탓에 군 역시 “탐지 능력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KN-23을 잠수함 발사형으로 개량한 소형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 잠수함으로 동·남해까지 내려와 우리 후방에서 이를 발사할 경우 역시 KAMD로 대처하기 어렵다. 북한이 KN-23·24·25 등 이른바 ‘신종 무기 3종 세트’를 10발 이상 섞어 쏠 가능성도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신종 전술 미사일과 고도 100㎞ 이상에서 내리꽂히는 구형 스커드-C·D 미사일이 동시에 날아오면 한·미 미사일 방어망은 속수무책으로 무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8일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행동을 도발이라고 하냐 안 하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북한의 행동을 ‘도발’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데, 안보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