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과 관련해 우리 국방부는 7일 “극초음속 비행체 기술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미사일 사거리, 측면 기동 등의 성능이 과장됐다”는 것이다. “극초음속은 ‘북한 그들만의 표현’”이라고도 했다. 보통 마하 5 이상을 극초음속 미사일로 보는데 이번에 군이 측정한 북한 미사일은 마하 6.0 수준이다. 국제사회가 북한 미사일에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한국군 요격망이 무력화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 군이 뒤늦게 북 미사일 성능을 평가절하하고 나선 것이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소 박사는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개발 과도기 단계로 보이지만, 완성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별 북 미사일 도발
 
정부별 북 미사일 도발

◇”북, 기술적 진전 아냐”

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이틀 넘도록 구체적인 제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6일 북한의 공식 발표 후 언론에서 ‘북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군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오후 뒤늦게 브리핑을 열고 설명 자료를 배포하며 적극적으로 북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국방부는 “북 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6.0 수준, 고도는 50㎞ 이하지만 비행 거리는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700㎞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초도 평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28일에 시험 발사한 북한 주장 미사일 대비 4개월 만에 추가적인 기술적 진전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지난해 9월 미사일 속도는 마하 3이었다. 이번 미사일 속도가 작년 9월에 비해 훨씬 빨라졌는데도 기술적 진전은 없었다는 얘기다. 군은 “극초음속이려면 비행 구간 중 상당 구간을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활공해야 하는데 이번 미사일은 (최고 속도만 빨랐을 뿐) 그런 속도와 궤적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했다.

국방부 산하 기관 관계자도 이날 “영상을 보면 극초음속 활공체가 아니라 MARV(기동형 탄두 재진입체)를 탑재한 탄도탄”이라며 “우리가 2017년 개발한 사거리 800㎞ 현무-2C 미사일과 같은 형태”라고 말했다.

군은 또 보통 극초음속 활공체(HGV) 탄두는 장시간 글라이더처럼 활강하기 위해 밑이 평평한 형태인데 이번에 북한이 쏜 미사일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탄두 형태에 4개의 기동 날개를 달아 차이가 난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해 9월 발사한 것은 극초음속 활공체 형상이 맞지만 이번에 쏜 것은 기동 탄두 미사일 형상”이라고 말했다.

야당 관계자는 “군의 발표와 북한의 발표 중 하나는 거짓이라는 것 아니냐”며 “군의 이번 분석 발표에 기술적 측면 외에 다른 정치적 고려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북위협 공동대응”

우리 군의 이런 판단은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방어 장비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인 것과 대조된다.

미국과 일본은 6일(현지 시각) 화상으로 열린 외교·국방장관 안보협의체 회담(2+2)에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또 양국은 북의 극초음속 미사일 등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 및 장비 등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연구 협정에 서명하기로 했다.

이날 공동성명에서 양국 장관들은 “(역내) 핵무기, 탄도 및 순항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무기의 개발 및 배치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이들은 또 “향후 (북·중 등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에 대항해 양국은 협력해 공동 분석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며 “양국은 신흥 기술 발전에 대한 협업을 가속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환영했다”고 했다.

한편 뉴질랜드 외교통상부는 이날 공식 트위터에 “북한의 반복되는 미사일 시험 발사는 지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뉴질랜드와 우리의 지역 동반자들에 커다란 우려가 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오는 10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AFP통신 등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회의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알바니아 등이 요구해 열리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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