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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신라면인줄... 北에서 떠내려온 라면 봉지였네
김명성 기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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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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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실상을 연구해 온 강동완(48) 동아대 교수는 지난해 가을부터 1년여간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누비며 북한에서 떠밀려온 쓰레기를 주워왔다. 이렇게 ‘수집’한 북한 생활 쓰레기는 708종, 1414점. 강 교수는 이를 분석해 최근 ‘서해 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그는 22일 본지 통화에서 “쓰레기만 잘 들여다봐도 북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고 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가 1년 간 서해5도에서 수거한 북한 쓰레기를 분석해 펴낸 책 '서해5도에서 북한쓰레기를 줍다'/강동완 교수
 
강동완 동아대 교수가 1년 간 서해5도에서 수거한 북한 쓰레기를 분석해 펴낸 책 '서해5도에서 북한쓰레기를 줍다'/강동완 교수
한국의 ‘신라면’ 포장지(사진 위 오른쪽)를 모방한 북한의 ‘소고기 맛 즉석국수’, 한국 과자 ‘바나나킥’(사진 아래 오른쪽)과 유사한 북한의 ‘바나나 튀기 과자’. /강동완 교수 제공
 
한국의 ‘신라면’ 포장지(사진 위 오른쪽)를 모방한 북한의 ‘소고기 맛 즉석국수’, 한국 과자 ‘바나나킥’(사진 아래 오른쪽)과 유사한 북한의 ‘바나나 튀기 과자’. /강동완 교수 제공

강 교수는 매년 몇 차례씩 북중 접경 지대를 방문해 북한 관련 물건을 모으고, 장마당과 국경을 살피며 북한의 실상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코로나로 북중 국경을 방문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지난해 백령도를 여행하다 우연히 해안에서 북한 상품 포장지를 발견한 게 ‘쓰레기 연구’의 시작이었다. 양과 종류가 다양해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강 교수는 “원자재를 수입하지 않고 자급자족,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에서 어떻게 이리도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의아했다”며 “북한 상품도 제품 특성에 맞는 상품명과 디자인은 물론 캐릭터까지 그려 넣었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고 했다.

북한 전문가인 강동완 동아대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서해 5도에서 주운 북한 쓰레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동완 교수 유튜브
 
북한 전문가인 강동완 동아대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서해 5도에서 주운 북한 쓰레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동완 교수 유튜브

강 교수는 북한 생활 쓰레기를 당과류·제빵·음료·유제품·식품·양념·주류 및 담배·의약품·잡화 등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라면·과자와 디자인이 비슷한 포장지도 다수 발견됐다. 북한 ‘소고기 맛 즉석 국수’ 포장지는 한국의 ‘신라면’ 포장지와 디자인이 매우 비슷하다. 초코파이 종류인 ‘쵸콜레트단설기’ 포장은 한국 오리온사의 초코파이 디자인과 유사하다. 강 교수는 “한국산 제품을 베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과 미국 등 외국의 유명 캐릭터를 사용한 흔적도 있었다. ‘평양곡산공장’에서 만든 ‘은하수 딸기향 크림속사탕’ 포장지에는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데, 일본의 ‘헬로키티’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흥식료공장’에서 만든 ‘바나나 튀기 과자’에는 미국 디즈니사의 ‘곰돌이 푸’ 캐릭터가 들어가 있다. 변형하긴 했지만 사실상 무단 표절이다. 강 교수는 “폐쇄된 여건 탓에 외국과 지식재산권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캐릭터 디자인을 무단 복제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 유명 만화인 ‘영리한 너구리’의 캐릭터를 사용하는 등 자체 디자인 제품도 다수 있었다.

미국의 유명 캐릭터 '곰돌이 푸'가 새겨진 북한 '바나나 튀기과자' 포장지/강동완 교수 제공
 
미국의 유명 캐릭터 '곰돌이 푸'가 새겨진 북한 '바나나 튀기과자' 포장지/강동완 교수 제공

강 교수는 “설탕 대신 ‘팔월풀’의 당 성분을 우려내 정제한 대용품 ‘8월풀당’을 사용한 탄산음료 쓰레기도 많았는데, 이는 설탕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북한의 실상을 반영한다”고 했다.

통일과 북한 관련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는 강 교수는 이번 책이 북한 관련 25번째 저서다. 2011년 세계 최초로 북한의 한류를 소개한 저서 ‘한류, 북한을 흔들다’를 펴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북중 국경 탐방 시리즈 3회를 출간했다. 그는 “북한·통일에 대한 책 100권을 펴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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