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한 장면./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한 장면./넷플릭스

북한의 청소년들이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보다 적발되어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 판매업자들까지 무자비한 처벌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함경북도의 한 사법기관 소식통의 말을 빌려 “지난주 초 청진시 소재 고급중학교 학생 7명이 ‘오징어게임’을 시청하다가 109상무 연합지휘부 검열에 적발되어 큰 문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등 자본주의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보관·유포한 자는 최고 사형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청소년들이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기에 북한 당국은 매우 엄중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가 들어있는 USB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와 판매한 주민은 총살형에 처했으며 이를 구입해 시청한 학생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나머지 함께 시청한 학생들은 노동교화형 5년을 선고받았다. 처음 USB를 구입한 학생이 가장 친한 친구 1명과 함께 ‘오징어게임’을 봤고, 이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드라마 내용을 이야기해주면서 관심이 있는 여러 명이 돌려보다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학생 교양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해당 학교 교장, 청년 비서, 담임교원은 노동당원 명부에서 제명됐다. 소식통은 “이들은 어렵고 힘든 탄광에 배치되거나 오지 추방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장이나 거리에서 외국드라마 판매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며 “아무리 작은 경우에도 무자비한 처벌을 예고하고 있어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돈 많은 부모를 둔 학생은 풀려났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뇌물로 3000달러를 준 덕분에 단속에서 제외된 학생이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나라는 부모가 힘 있고 돈만 있으면 사형대에 올라선 자식도 풀려나게 할 수 있는 불공평한 세상이라면서 울분을 삭이고 있다”고 RFA에 말했다.

RFA는 지난 15일 북한 당국의 단속에서 ‘오징어게임’이 평양 부자와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주민은 “요즘 평양이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은 오징어게임에 빠져 있다”며 “드라마 내용이 외화벌이 시장에서 암투를 벌이며 생사를 다투는 평양 간부층의 생활과 흡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드라마를 보다 발각이 되어도 달러를 주면 사법기관 간부들이 무마해주는 상황에 오징어게임 시청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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