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의 처조카 고(故) 이한영씨 유가족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이씨 피살에 대한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22일 제출했다.
1982년 망명한 이씨는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활동을 하다 1997년 2월 15일 밤 아파트 현관 앞에서 북한 간첩 2명에게 총격 살해당했다. 한국에서 개명하고 성형 수술까지 했지만 테러를 피하지 못했다. 수사 결과 경찰이 이씨 집 주소를 유출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에 2008년 대법원은 국가가 유족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사법부는 국가가 보호 책임을 소홀히 한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유족은 이후에도 북의 위협과 국내 친북 세력의 비난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날 유족을 대신해 진정서를 진실화해위에 전달한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북한이 저지른 명백한 반인륜적 테러의 피해 가족이 오히려 20여 년간 죄인처럼 자신들의 존재를 감추고 지내야만 했다”며 “유족들의 명예 회복 등 최소한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얼마 전 이씨의 아내를 만나 그간의 아픔에 대해 들었고 이번 진실 규명을 통해 딸에게 떳떳한 아버지였음을 알리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며 “진상 규명을 통해 자국민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대상에는 ‘적대 세력’에 의한 희생도 포함돼 있다. 도희윤 대표는 “이한영 피살이 북한에 의한 테러 행위임을 국가 차원에서 재확인하려 한다”며 “이를 통해 가해 주체인 북한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 대표는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이 ‘잘 검토하겠다.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광동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현재 적대 세력에 의한 희생은 재판부가 배상 판결을 하지 않는데, 이번 진정을 계기로 전향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