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 공개 청구 소송에서 12일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유족들이 핵심 자료라며 공개를 요구했던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파일’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재판장 강우찬)는 이날 피살 공무원 이모씨의 형 이래진씨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해양경찰청을 상대로 “피격 사건 당시 정보를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국가안보실은 공개 청구 대상 정보 중 일부분을 제외한 채 공개하고, 해양경찰청은 개인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라”고 했다. 사건 당시 청와대가 국방부와 해수부 등에 내린 지시와 각 부처에서 받은 보고 내용, 해경의 초동 수사 내용이 공개 대상이다.

다만, 이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요구한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 파일’ 등에 대해서는 비공개하라고 판단했다. 국방부가 군사기밀이라는 등의 이유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정당하다는 취지다.

이 사건은 작년 9월 22일 서해 최북단 해상에서 해수부 공무원 이씨가 어업 지도 활동 중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이다. 국방부는 당시 ‘A씨가 자진 월북했고, 북측이 총격을 가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작년 10월 원인철 합참의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북한군 감청 자료에)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었냐’는 질의에 “있었다”고 답했다. 또 북한군이 시신을 소각하는 불빛이 관측된 영상이 있다고도 했다. 형 이래진씨는 이런 자료들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국방부 등이 거절하자 지난 1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법원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일부 인용됐더라도 (판결이) 불만스럽다”며 “동생이 실종되고 북한군에 의해 죽기까지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도리어 동생을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씨 변호인은 이번 판결에 대해 “국가안보실이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했는지 자료를 받을 수 있게 돼 의미가 있다”면서도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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