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회담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공감하고 한반도 프로세스 조기 재가동을 위해 각급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27일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한 이후 진행한 ‘한러 외교장관회담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현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대북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정의용(왼쪽) 외교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7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에서 회담한 뒤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왼쪽) 외교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7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에서 회담한 뒤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그는 “러시아가 남북 관계 증진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지지해 온 점을 평가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러시아가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도 조기에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정 장관은 “양국이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정부 고위급 교류도 활성화 하기로 했다”면서 “인프라·조선·보건 등 9개 분야를 중심으로 한러 실질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미래 성장 분야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동력으로 삼으려는 ‘종전 선언’은 공동 발표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당초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정 장관이 북한의 우방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측에 종전 선언 구상 지지를 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정의용 외교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7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외무부 영빈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 외교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7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외무부 영빈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편 라브로프 장관도 “지역의 모든 이슈는 정치 외교적 방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재확인했다”며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모든 이해 당사국을 포함하는 협상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이와 관련해 모든 당사국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삼가야 할 중요성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러 외교장관 회담은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정오부터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두 장관은 이날 저녁 수교 30주년 기념 ‘한러 상호교류의 해’ 행사 폐막식에도 함께 참석했다. 1990년 9월 30일 수교한 양국은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2년간 상호교류의 해를 진행해 왔다. 앞서 개막식의 경우 라브로프 장관이 방한했던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렸다. 같은 해 양국 외교장관의 상호 방문이 이뤄진 것은 2007년 이후 14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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