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 참관을 마친 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미사일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라고 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 참관을 마친 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미사일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라고 했다./연합뉴스

최근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 서욱 국방부 장관이 “도발이 아니라 위협”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도발’이라는 표현을 최소 77회 사용했던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김여정이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의 ‘도발’ 발언에 “대통령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따라 하고 있다”고 하자, 군이 급하게 ‘도발’ 기준을 바꾼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본지가 정부 정책 브리핑 홈페이지에 공개된 청와대 배포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인 2017년 5월 11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부터 지난달 15일 국방과학연구소 SLBM 발사 시험 때까지 각종 정상 회담·통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기자간담회, 외신 인터뷰 등에서 북한 핵·미사일과 관련 ‘도발’이라는 언급을 77번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8월 29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다음날 일본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발사는 도발을 넘어 폭거”라고 했다. 같은 해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독일 메르켈 총리와의 통화에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엄중한 도발”이라며 “추가 도발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4월 15일 서 장관을 대장(大將)으로 진급시키고 육군참모총장에 임명하면서 “군도 (북한이) 감히 도발하지 못하도록 막아낼 때 더 큰 위력이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서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SLBM 발사는 도발 아니냐’는 질문에 “북한의 위협으로 보인다. 도발은 우리 영공, 영토, 영해,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용어를 구별해서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군은 2017년 8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규탄 성명을 내고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도발 표현을 5번 사용했다. 정치권에선 “서 장관이 김여정 하명(下命)에 따라 도발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이냐” “군은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보다 김여정이 더 무서운 모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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