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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피살 공무원 1년째 ‘실종’ 상태... 그의 추모상엔 영정사진 없다
김동현 기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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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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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진씨가 22일 동생의 사망 1주기를 맞아 경기도 안산시 자신의 사무실에 추모상을 차리고 향에 불을 붙이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래진씨가 22일 동생의 사망 1주기를 맞아 경기도 안산시 자신의 사무실에 추모상을 차리고 향에 불을 붙이고 있다. /김지호 기자

“지금은 조촐하지만, 다음 명절 땐 고향에 가 제대로 제사상 차려줄게. 형이 항상 못난 점만 보여줘 가슴이 아프다.”

22일 오전 11시, 경기도 안산시의 한 사무실. 하얀 전지를 깐 책상엔 영정 사진도 없이 송편, 생선 구이, 고구마 튀김 등 조촐한 음식 몇 가지와 수저 한 쌍, 차례주가 담긴 종이컵 하나가 놓였다. 지난해 9월 22일 서해 최북단 해상에서 어업 지도 활동 중 실종됐다가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당시 47세)씨의 1주기를 맞아, 친형 이래진(55)씨가 자신의 사무실에 차린 추모상이다. 피살 공무원의 아내 권모(42)씨도 이날 오후 아들딸을 데리고 경남 양산시 천불사를 찾아 추모했다. 남편이 쉬는 날 집에 오면 식구들과 함께 자주 찾던 절이라고 한다.

당초 가족들은 이씨 1주기 때 장례와 함께 제대로 된 제사상을 차려줄 생각이었지만, 아직도 법적으로 사망 선고조차 받지 못한 탓에 이런 추모밖에 하지 못했다. 권씨는 본지 통화에서 “아직 장례를 치르지도 않은 데다, 법적으로 ‘실종’ 상태이기 때문에 정식으로 제사 치르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올해는 주변 절을 돌아다니며 추모하고 내년 기일부터 정식으로 챙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직 아버지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여덟 살 딸은 ‘먼바다에 나가 일하는 아빠가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는 기도와 절을 올렸다고 한다.

유족들은 지난달 30일 법원에 이씨에 대한 ‘사망 선고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비행기 추락이나 선박 침몰 등 ‘위난(危難)에 따른 실종’은 1년이 지나면 사망을 인정해준다는 국내법에 따른 것이다. 법원은 6개월간 실종자의 소식을 기다리는 일종의 유예 기간을 거쳐 최종 사망 선고를 내린다.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는 “1년째 실종 상태이다 보니 유족들 역시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커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 1주기인 22일 경기도 안산시 개인 사무실에서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55)씨가 사건 진상 규명 절차의 어려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 1주기인 22일 경기도 안산시 개인 사무실에서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55)씨가 사건 진상 규명 절차의 어려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사망 선고와 별개로, 여전히 유족들은 ‘진상 규명’을 놓고 정부와 지지부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해양경찰청이 작년 9월에 착수한 수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권씨는 “남편이 월북했다고 결론 내리듯 말했던 해경이 왜 아직까지 관련 수사를 질질 끄는지 의아하다”며 “그럴 거면 왜 처음부터 월북자로 몰아붙이고, 한 가정을 무너뜨려야만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해경이 실종 공무원의 채무 금액, 도박 횟수 등을 발표한 것을 두고 지난 7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격권 침해’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유족 측이 이를 근거로 해경에 사과를 요구하자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유족들은 지난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 해양경찰청을 상대로 사건 당시 북한군 감청 녹음, 같은 어업 지도선을 탔던 동료 9명의 진술 조서, 청와대가 사건 당일 받은 보고 사항 등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모두 거부당했다. 이에 재판부가 지난달 20일 열린 첫 재판에서 정부 측에 비밀 심리(審理) 절차를 요구해 현재 진행 중이다. 재판부가 자료를 먼저 비공개로 받아본 뒤 유족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절차다.

지난해 피살 공무원의 아들 이모(18)군이 쓴 편지에 문재인 대통령은 “(사건을) 직접 챙기겠다”는 답변까지 했지만, 1주기를 전후로 유족 측은 청와대·정부·여당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월북자 가족 낙인에 아들은 육군사관학교 진학의 꿈도 포기했다고 한다. 권씨는 22일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참석해 종전(終戰) 선언을 재차 제안하는 모습을 보고 또 억장이 무너졌다. “평화도 중요하지만 앞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잖아요. 대통령과 한 약속에 희망을 가졌던 제 아들은 두 번 절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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