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사회·문화
北 ‘포섭 리스트’ 60명엔 우리법硏 멤버·민노총 前간부
표태준 기자  |  @chosun.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8.1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북한은 그들의 지령으로 충북 노동계 인사들이 2017년 결성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충북동지회)에 ‘남한 내 인사를 포섭해 조직을 확장하라’는 지령을 반복적으로 보냈다. 그 규모는 60여 명으로, 이 일당이 포섭을 시도한 대상에는 법조·정치·노동계 등 다양한 인물이 포함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본지가 입수한 충북동지회 일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2월 지령문을 통해 ‘이○○ 변호사는 통일전선 대상으로 선정하고 사업했으면 한다’고 지시했다.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은 정당·사회단체 등 남한 내 비공산주의 세력과 연합해 적화 통일을 목표로 한다.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지목했던 이○○ 변호사는 충북 지역에서 지명도가 있는 변호사로,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명수 대법원장 등 우리법연구회 출신 전·현직 법관들은 법원뿐만 아니라 법조계 전반에서 주류로 부상했고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이 일당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뒤 실제 이 변호사를 수차례 찾아가 면담했다. 이들은 이 변호사에게 자신들을 충북 청주 청원구 오창읍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며 시민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라고 소개하며 상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몇 년 전 두세 번 정도 판결문 같은 것을 들고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는데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제 업무 분야와 연관성 없는 내용이라 귀담아듣지 않았고, 적당히 돌려보낸 이후로는 찾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은 국내의 친북·진보 성향 정치권 인사들 포섭에도 강한 의욕을 보였다. 2018년 2월 북한은 충북동지회에 ‘A씨의 구체적인 사상 동향과 경력 자료도 함께 보내주기 바란다’는 지령을 내렸다. A씨는 1992년 간첩 사건인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12년형이 확정됐다가 1998년 8·15 특사로 사면된 인물이다. 이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등에서 활동하던 A씨는 2012년 4월 총선 때 경기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북한은 또 2017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충북동지회 일당 중 한 명과 접선하고 한 달 뒤 ‘B씨 등 지난번 (베이징) 만남 시 부탁한 인물 자료도 가능한 한 빨리 수집해 보내라’는 지령을 내렸다. B씨는 통합진보당 충북도당 부위원장을 지내며 ‘이석기 석방 운동’을 벌였던 인물이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당시 통진당의 시의원 후보로 청주에서 출마해 낙선했다.

충북청년회가 북한의 지령을 실행한 정황도 이들이 북한에 보낸 보고문에서 드러났다. 2019년 7월 이들은 2014년 지방선거 때 통진당의 시의원 후보로 등록했던 C씨의 휴대전화 번호와 경력 사항, 사상 동향을 작성해 북한에 넘겼다. 민중당 소속인 D씨에 대한 신상 정보와 사상 동향도 지령에 따라 2019년 8월 북한에 넘어갔다. 포섭 대상으로 삼은 정치인들에 대해 북한은 ‘포섭은 대상 사업 전술을 잘 세워야 성공할 수 있다’ ‘인간적으로 위해주고 의리적으로 도와줘 가까운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우선시하라’고 하는 등 구체적 공작 방법을 지시했다.

아울러 북한은 노동 단체 출신인 충북동지회 일당에게 충북 지역 노동계 인사 포섭을 끈질기게 지시했다. 일당 중 한 명은 2017년 8월 북한에 보내는 보고문에서 자신의 임무를 ‘E씨 등 민노총 전직 간부들 연계, 지역 노동 운동을 회장님(김정은) 의도대로 전개되도록 영향’이라고 밝혔다. 이후 2018년 2월 북한은 ‘지역 대기업 등 주요 노동 현장에 접근해 산하당 조직을 내오기 위한 기초를 닦으라’ ‘논의한 바 있는 간호사 경력자들에 접근해 간호사 당 조직을 내오는 준비 사업을 하라’는 등의 지령을 하달했다.

북한 지령문과 충북동지회 보고문에서 언급된 인사 전원에 대해 실제 포섭이 시도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정 기관 관계자는 “향후 수사 당국이 확인할 부분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조성된 남북 유화 국면에서 이런 대남 공작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표태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