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제7차 전국노병대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노병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있다.2021.7.28/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제7차 전국노병대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노병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있다.2021.7.28/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국노병대회 연설에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 통제와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 영향이 ‘전쟁의 시련’에 버금간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경제난 고통을 이렇게 강도 높게 토로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를 향해 ‘더 이상 상종 않겠다’며 막말을 퍼붓던 김정은이 남북 통신선 복원 등 문재인 대통령 제안에 호응하고 나온 이유가 바로 이것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 상황은 주민들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식량을 사기 위해 집기를 내다 팔아야 할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홍수 등으로 식량 생산이 감소하고, 코로나 봉쇄로 수입도 금지되면서 당장 올해 봄부터 비축 식량이 고갈됐다. 일부 지역에선 식량 가격이 코로나 봉쇄 이전보다 두배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여기에 외환 통제와 국경 봉쇄로 달러와 위안화 가격이 하락하고 북한 원화 가격이 두배로 상승한 것도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외화 가치가 하락하면 물가도 같이 떨어져야 하는데 북한에선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주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또 공영 시장 운영 시간을 제한하고, 골목 장사를 단속하는 등 시장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각종 검열대 완장을 찬 무리들이 시장과 거리, 골목과 농촌까지 활개치고 있다”고 했다.

결국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외부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우선 남북 대화에 호응하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남북 정상 간 주고받은 친서들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합의가 이미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식량 등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이 물밑에서 논의됐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은 남북 통신선 복원 소식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주민들이 보는 대내 매체에는 보도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여러 차례 ‘한류 접촉 시 강력 처벌’을 경고한 상황에서 남측에 손을 내미는 모습이 알려질 경우 역효과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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