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4월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 출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4월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 출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첫 한국형 전투기 ‘KF-21’을 만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달 해킹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추정 세력의 공격이라고 한다. KAI는 고등 훈련기, 경공격기, 기동헬기, 군단급 무인기 등도 개발한 대표적 방산 업체다. 김정은은 올 초 항공 전력을 강조했다. 전투기 설계도 등 핵심 기술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무기 개발에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KF-21 사업비는 8조원이 넘는다. 한번 뚫리면 우리 안보에 치명상이 될 뿐 아니라 천문학적 세금도 허비하게 된다.

최근 군사 기밀을 다루는 우리 기업·연구기관에 대한 해킹이 확인된 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세 번째다. 알려진 것만 이렇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와 핵연료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3000t급 등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관 등을 개발했다. 김정은이 공언한 대로 핵 추진 잠수함을 만들려면 소형 원자로와 신형 잠수함 기술 등이 필수적이다. 2014년 원전 도면과 2016년 잠수함 설계도 등은 이미 해킹했다. 북이 이런 방산 업체를 대상으로 추가 공격을 할 것은 초등학생도 예상할 수 있었는데 또 당한 것이다. 우리 방산 업체와 연구소의 보안 의식과 방비책에 근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에 따르면 국방·금융·에너지 등을 다루는 기관은 해킹 대책을 세우고 이행해야 한다. 그런데 방비를 강화하라는 정부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벌칙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사이버 보안 투자에 인색하고, 중요 보안 업무를 외부 업체에 싼값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가의 일을 남 일로 여기고 자신의 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해이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반면 북한 해킹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대로면 분명히 또 뚫릴 것이다. 북한 등이 기술을 훔치는 수준을 넘어 무기 시스템에 악성 코드를 심으면 첨단 무기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계속 뚫리면 미국 등 우방국이 무기 정보 공유를 꺼리는 사태까지 맞게 된다.

최근 미·러 정상회담에선 핵무기보다 해킹이 더 심도 있게 논의됐다. 전 세계가 해킹을 국가적 위기로 다루고 있다. 북 해커의 제1 타깃은 당연히 한국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안보 기밀을 해킹한 게 누구냐고 물으면 답을 안 한다.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를 숨겨주는 것이다. 남북 쇼에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방산 업체와 연구기관은 북 공격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을 알면서도 예산 타령 하며 과태료로 때우려 한다. 기막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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