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일 런던에서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일 런던에서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미 국무부가 3일 미·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에 관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같은 날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선 이 문구가 빠졌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협력”이란 표현만 있었다. 우리 외교부 발표엔 ‘한·미·일 협력’이란 말도 빠졌다. 한국민을 겨냥한 북 핵·미사일 전력은 지금 순간에도 증강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우려는 한국이 아니라 미·일이 했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김정은은 핵·탄도미사일 능력을 ‘환골탈태’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발전시켰다. 2019년 ‘비핵화 사기극’이 끝나자 한미 연합군의 요격망을 뚫을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 3종 세트를 실험했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KN-23)의 경우 하강 단계에서 고도와 궤적을 바꿔 우리 군의 레이더 추적을 두 번이나 피했다. 사거리는 500~600㎞로 제주도까지 타격할 수 있다. 북이 핵을 탑재한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를 섞어 쏘면 요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핵탄두를 갖고 있고 전술핵 개발까지 공언한 상태다. 그런데도 문 정권은 이런 북의 위협이 마치 없는 듯, 평화가 온 듯 한다.

두 달 전 한미 외교·국방장관 공동 성명에선 ‘비핵화’란 말이 단 한마디도 없었다. “북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우선 관심사이고 해결한다”고만 했다. 오히려 미일 외교·국방장관 성명에서 “완전한 북 비핵화”를 명시했다. 5년 전 한미는 핵과 탄도미사일의 완전한 폐기를 촉구하며 “북한 압박”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북이 수소폭탄까지 성공한 지금은 ‘우려한다’는 말조차 넣지 못한 것이다. 문 정권은 이런 식으로 김정은에게 ‘우리는 미국·일본과 다르게 북한 편에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쇼'를 한번 더 열어 내년 대선 판을 흔들려는 계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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