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뉴시스

김창룡 경찰청장/뉴시스

지난 2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북한인권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을 놓고 경찰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청장은 개별 사건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내릴 수 없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모든 수사를 지휘한다. 그런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놓자, 김 청장이 주말 오후에 갑자기 ‘철저 수사’를 지시한 것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2일 오후 4시쯤 기자들에게 “김창룡 경찰청장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전 김여정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쓰레기’라는 격한 용어를 써가며 “용납 못할 도발 행위”라고 반발한 이후였다. 당시 김 청장은 ‘한·미 정상회담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대북전단에 대한 초동조치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며 관련자를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1월 시행된 개정 경찰법 14조에는 “경찰청장은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개별 사건의 수사는 독립된 국가수사본부가 맡는다는 취지다.

 

이런 지적에 대해 3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경찰청장이 개별 사건의 ‘구체적 지시’를 못하게 돼있지만 일반적 지휘는 가능하다”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정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집행하라거나 특정 내용을 수사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게 아니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처하라'는 일반적인 수준의 지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맥락에 따라 김 청장의 지휘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시 내용 자체는 일반적인 지휘로 볼 수 있지만, 북한의 비판 성명이 나오자마자 주말 오후 급히 ‘철저·신속 수사’를 지시한 것은 맥락상 ‘강하게 처벌하라’ ‘당장 잡아들여라’는 구체적인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며 “김 청장의 의도가 어떤지 모르지만 맥락상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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