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교류에 바탕을 둔 외교는 지양하고 ②유엔·동맹 틀에서 다자(多者) 해법을 모색하면서 ③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와 ④군사적 상응 조치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승계하고 대북 제재를 대폭 완화해 주기 바랐던 문재인 정부의 구상과는 차이가 뚜렷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주 워싱턴DC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기타무라 시게루 국가안보국장이 모이는 한·미·일 삼국 회의를 연 후 대북 정책 검토를 마무리 짓고 대북 정책을 확정할 예정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9일 워싱턴에서 기자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9일 워싱턴에서 기자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준비 중이라고 말한 외교에 김정은과 마주 앉는 것도 포함되나”란 질문을 받고 “그것은 그의 의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바이든은 지난 25일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면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비핵화 조건의 외교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 ‘비핵화 조건의 외교'를 위해 바이든이 김정은과 만날 의향은 없다고 답한 것이다. 사키 대변인은 “그(바이든)의 접근법은 상당히 다를 것”이라며 트럼프 시대의 대북 정책과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이날 화상 기자회견을 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있었던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규탄의 대상”이자 “불법적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은 그가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관련 화상회의 주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화상 면담 등 하루 일정을 모두 유엔 관련으로 채운 ‘유엔의 날'을 보내던 중에 나왔다. 북한 관련 해법도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다자 외교 무대에서 찾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다.

베트남전 전사자 이름 어루만지는 바이든 -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각) ‘베트남전 참전 용사의 날’을 맞아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관을 방문해 전사자들 이름이 적힌 벽면에서 한 상병의 이름을 찾아 어루만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베트남전 전사자 이름 어루만지는 바이든 -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각) ‘베트남전 참전 용사의 날’을 맞아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관을 방문해 전사자들 이름이 적힌 벽면에서 한 상병의 이름을 찾아 어루만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실제 미국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후 유엔 안보리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26일 유엔 대북제재위 비공개 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30일 열린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도 북한 문제를 제기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1718 (대북 제재) 위원회 회의를 열었고 뉴욕에서 취할 수 있는 추가적 행동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계속 도발하면 추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취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북한 문제가 격화되면 국방부는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커비 대변인은 “필요하면 오늘 밤에라도 싸울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군사적 상응 조치도 정책 옵션에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일 삼각 협력을 매우 중시하는 것도 바이든 행정부의 특징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도 “미국, 한국, 일본은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진전시키겠다는 공약으로 단결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이런 도발이 우리 세 나라의 결의를 흔들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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