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은 1일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는 의혹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한반도 신경제 구상 USB’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발뺌만이 능사가 아니다. 더 깊은 혼란 전에 ‘미스터리 문건’ 실체에 대해 결자해지를 해달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는 멀쩡한 원전을 폐쇄해놓고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 주려한 의혹에 대해 ‘박근혜 정부 당시 문건’, ‘부처의 아이디어 차원’이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원전 건설 문서가 작성된 시점은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4.27 도보다리 회담 직후”라며 “그 때 마침 묘하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하는 문건도 만들어졌고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아이디어 차원이라면 그렇게 좋은 일을 산업부는 왜 ‘신내림’을 받아 일요일 야밤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삭제한 것인가”라며 “부처의 자발적인 결정이었다면 월성을 ‘한시적으로나마 가동하자’는 공무원에 왜 장관은 즉시 중단을 밀어붙인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배후로 의심받는 청와대는 당혹감의 반영인지 ‘법적조치하겠다’는 말 외에는 그날의 진실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있다”며 “월성의 중단이 언제 결정되는지 물은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시작한 이 모든 사태의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이제 문 대통령 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문 대통령이 언급한 ‘발전소 USB’ 전달도 없던 일처럼 하려다 하루도 안 돼 들통이 났다”고 지적했다. 4.27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도보다리 대화’ 때 김정은 위원장에게 USB를 건넸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악의적 왜곡”이라고 반박했지만,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긴 USB를 건넨 것 자체는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당당하다면 해명 못할 일이 아니고 ‘눈을 의심했다’는 여당 뒤에 숨을 일 또한 더더욱 아니다”며 “남쪽엔 원전파괴 북쪽엔 원전건설, 문 대통령의 책임 있고 분명한 답변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야권은 대북 원전 관련 의혹에 대해 청와대의 해명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국회 산업위 간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단순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해명한 데 대해 “탈원전 정책이 서슬 퍼렇던 때였다. 그 시절에 감히 어떤 공무원이 (윗선의 지시 없이)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을 아이디어로 내놓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USB에 원전 내용은 없었다’는 여권의 반박에 대해서도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USB 내용을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예비후보도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조직적 은폐 자체가 강한 의심을 가지게 할 수밖에 없다”며 USB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선언을 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1일 ‘대북 원전’ 논란과 관련해 “북한에 넘긴 USB 내용을 모두 공개하자”고 요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문제가 된 이번 자료의 폴더명을 우리말로 ‘북쪽’이라는 뜻의 핀란드어 ‘뽀요이스’(pohjois)로 해놓은 점을 가리켜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외국어까지 동원해 꼭꼭 숨겨놓고 왜 문건을 삭제하느냐. 아마 큰 사고를 친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북 원전 의혹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국민 생명을 김정은에게 갖다 바쳤다고 생각한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특히 “북풍 공작”이라는 청와대와 여당의 반격을 두고, 이날 야당에선 “도둑이 제 발 저린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반응이 나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문재인 정부야말로 북풍 공작을 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고 했고,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삭제하고 숨긴 이유를 설명하면 될 일을 뜬금없이 ‘북풍 공작’이라고 받아치는 게 이상하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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