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이임을 앞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19일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적이기를 기원하지만 희망(hope)이 행동 방침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북한은 끊임없이 핵무기를 개발했다. 김정은이 노동당대회에서 위협과 불의의 상황에 대비해 핵전쟁 억제력과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굳건한 준비 태세를 갖추는 일이 우선이라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선례가 많다. 71년 전 그 사건(6·25전쟁)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과 한미 연합훈련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이고,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경계를 풀지 않기 위해 설계됐다”고 했다. 다만 해리스 대사는 “미국은 북·미 관계의 밝은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도 이런 노력을 인지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긴장 상황을 알지만 이 지역 경제와 안보 이슈 모두 한국과 일본의 협력 없이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해선 “한국군의 핵심 역량 확보가 우리가 원했던 것보다는 느리다”며 “절대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 시간을 들여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선 “한국 정부가 안보 동맹과 무역 파트너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1950년, 신생국인 한국은 1953년 이미 선택을 끝냈다”며 미국의 6·25전쟁 참전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보복을 언급하며 “미국에 있어 한미 동맹보다 중요한 동맹은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한국 편에 설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해리스 대사를 접견하고 “그동안 함께 한잔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퇴임 선물로 안동소주를 건넸다. 안동소주는 해리스 대사가 좋아하는 한국 술이라고 한다. 그는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 한국민과 맺은 우정을 가지고 떠난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오는 21일 출국하고, 새 대사가 부임하기 전까지는 로버트 랩슨 부대사가 대사대리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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