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지명한 외교·안보 라인에는 ‘북한통’이 여럿 포진해 있다. 국무부 부장관 후보인 웬디 셔먼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1997년부터 대북 협상에 관여해 온 인물이다. 1999~2001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내면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에 동행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난 적도 있다. 국무장관 지명자인 토니 블링컨도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내며 대북 정책에 관여했다. 국무부 1, 2인자가 모두 북한을 잘 아는 사람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통:웬디 셔먼,토니 블링컨, 커트 캠벨,윌리엄 번스,데이비드 /조선일보 DB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통:웬디 셔먼,토니 블링컨, 커트 캠벨,윌리엄 번스,데이비드 /조선일보 DB

둘의 공통점은 치밀한 대북 압박을 강조하는 ‘제재론자’라는 것이다. 2019년 CBS 인터뷰에서 블링컨은 트럼프의 미·북 정상회담을 겨냥해 “김정은을 띄워주고 핵 문제가 해결됐다고까지 말하며 중국을 필두로 하는 다른 나라들에 예전처럼 (북한과의 교역을) 해도 좋다는 녹색불을 켜준 것”이라고 했다.

셔먼은 2018년 아시아소사이어티 강연에서 “나는 한 번도 북한 사람들을 신뢰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란 핵 합의를 협상했던 그는 “이란 사람들에 대해서는 약간의 경의를 가지게 됐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아직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또 2016년 국내 언론이 주최한 한 세미나에선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려면 제재의 강도가 매우 높아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선택을 이끌도록 최후통첩식의 압박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바이든이 신설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이른바 ‘아시아 차르’에 지명된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북한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2019년 본지 인터뷰에서 “겉으로 드러난 김정은의 말만 믿고 ‘평화가 오고 있다’고 판단하고 대응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미·북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중앙정보국(CIA)에도 ‘북한통’들이 있다. CIA 국장에 지명된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은 이란 핵 합의를 주도했었고, 북한 핵 문제에도 밝다. 특히 주목해야 할 인물은 중앙정보국 부국장에 내정된 데이비드 코언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CIA 부국장을 지냈던 그는 재무부 테러리즘·금융정보 차관도 역임한 대표적 제재론자로 ‘대북 저승사자'로도 불렸다.

코언은 2017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개인에 대한 제3자 제재(secondary sanction)를 강력히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북한의 위장 회사를 지원해 주는 중간 규모의 중국 은행에 3자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필요하면 더 큰 (중국) 은행들도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외교 안보 라인의 면면으로 볼 때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대북 제재가 철저히 지켜지도록 중국을 압박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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