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8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북남 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통일이라는 꿈은 더 아득히 멀어졌다”고 말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9일 전했다. 우리 정부가 기대하던 우호적 대남 메시지는 없었다.

김정은은 보고에서 방역 협력, 인도주의 협력, 북한 개별 관광 등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정부가 제안해온 대북 사업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비본질적 문제들을 꺼내들고 북남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했다.

전술핵과 무인 정찰기 개발 등 대남 군사력 증강을 지시한 김정은은 우리 정부에 대해 “첨단 군사 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 군사 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면서 북남 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남조선) 집권자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했다.

김정은은 또 “금강산지구를 우리 식의 현대적인 문화 관광지로 전변시켜야 한다”며 “해금강호텔을 비롯한 (남측) 시설물들을 모두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김정은의 금강산 독자 개발 지시에 따라 북은 곧 우리 측 시설 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사말 하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인사말 하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특히 북한은 헌법보다 상위 규범인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며 ‘조국 통일을 위한 투쟁 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군사적 위협을 제압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여차하면 무력 적화통일도 하겠다는 의지를 명문화했다”고 했다.

통일부는 김정은 언급이 전해진 지 약 6시간 만인 9일 정오 무렵 대변인 논평을 내고 “남북 합의를 이행하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며, 남북이 한반도 평화·번영의 새 출발점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북한도 (대화에) 호응하길 바란다”며 “민주당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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