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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부친의 분노 “전단금지법, 독재자나 하는 짓”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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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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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북한에 17개월 억류됐다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61)씨가 29일 공포(公布)된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독재자나 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탈북민을 희생양 삼아 김정은·김여정 남매한테 굽실거리고 있다”며 “북한의 꼭두각시가 됐다”고 했다.

2019년 11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납북·억류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2019년 11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납북·억류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웜비어씨는 이날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북한 주민)과 연결하기 위한 행위(대북 정보 유입)를 불법으로 만들어 처벌하겠다는 민주주의 국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29일 공포된 대북 전단 금지법은 전단 살포 등으로 남북합의서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국회 통과 후 미국과 영국 등 자유민주 진영에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과 함께 대북 정보 유입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웜비어씨는 “문 대통령이 탈북민 사회를 위축시킬 수 있는 일을 너무 쉽게 저질렀다”며 “이번 법안은 오로지 김정은 단 한명한테만 유익할 뿐”이라고 했다.

웜비어씨는 “독재자들은 자기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희생양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며 “내 아들 오토도 북한에 인질로 잡혀 모진 고문을 당했고, 김씨 정권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대내외 선전에 활용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실패로 판명 난 대북 정책을 만회하기 위해 탈북민을 희생양 삼아 김정은·김여정에게 머리를 조아리기로 한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 내 소수자인 탈북민에 대한 부당한 탄압에 나섰다는 것이다.

웜비어씨는 지난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에도 “국민이 외부의 적대적 행위로 다치거나 죽었을 때, 지도자가 나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며 문 대통령의 행동을 촉구했다.

웜비어씨는 “탈북민 사회가 이번 입법으로 많은 희생을 치르게 됐지만, 결코 무기력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일이 그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김정은 정권의 끔찍한 인권침해와 거짓말의 피해자였다”며 “여기에 굴하지 않고 그들과 맞서 싸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는 대북 정보 유입을 위한 탈북민의 희생과 노력을 지지하고, 북한의 꼭두각시가 되기로 한 문재인 정부는 비판하고 있다”며 응원의 뜻을 전했다. 그는 지성호 의원 등 국내외 주요 탈북민 인사들과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1월 미 의회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SOTU)에서 기립 박수를 받고 있는 신디, 프레드 웜비어 부부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018년 1월 미 의회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SOTU)에서 기립 박수를 받고 있는 신디, 프레드 웜비어 부부의 모습. /AP연합뉴스

미 조야(朝野)에서선 이번 입법에 대한 대응책으로 국내 대북인권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콧 버스비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최근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과 면담한 자리에서 “법 시행 이후가 걱정인데 우회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미국민주주의기금(NED)도 대북 정보 유입을 위한 새 프로젝트 진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외교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두루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웜비어 부부는 아들의 사망 이후 지난 3년여 동안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적인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을 촉구해왔다. 지난 12일 아들의 26번째 생일을 맞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선 “북한의 끔찍한 인권 침해에 맞서 앞으로도 계속 싸울 것”이라고 했다.

 

◇ 시민단체는 헌법 소원 제기

이런 가운데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등 시민 단체 27곳은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 전단 금지법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구실로 내세우고 있으나 인과관계가 없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의 필요가 있다”고 했다.

30여개 시민단체와 대북인권단체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30여개 시민단체와 대북인권단체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탈북민 출신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은 법안 중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 의원측은 내년 초 국민의힘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스미스 의원 등 미 의원들과 청문회 준비를 위한 화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미 의회를 비롯해 국제인권단체, 싱크탱크 등에 서신을 보내 해외 주요 인사들의 관심과 호응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서신에서 “이 법은 김정은 독재 정권 하에 있는 북한 주민의 고립을 더욱 가중시키고,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고, 김정은이 더 대담하게 본인의 반민주적인 의도를 스스럼없이 요구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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