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단체 '물망초' 상징 이미지. /물망초
북한 인권 단체 '물망초' 상징 이미지. /물망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국군 포로들이 국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 측을 상대로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경문협의 이사장은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사단법인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15일 “승소 판결 이후 서울중앙지법이 추심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경문협은 차일피일 미루며 손해배상액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오늘 서울동부지법에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가운데) 국무위원장과 임종석(왼쪽)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8년 4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뉴시스
 
북한 김정은(가운데) 국무위원장과 임종석(왼쪽)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8년 4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뉴시스

경문협은 2005년 북한 내각 산하 저작권사무국과 협약을 맺어 북한 출판물, 방송물 등의 국내 저작권을 위임받았고, 이후 국내 방송사 등으로부터 대신 징수한 저작권료를 북측에 송금했다.

그러나 2008년 대북제재로 송금이 어려워지자, 이듬해 5월부터는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오고 있다.

물망초에 따르면 법원은 경문협에 2017년 한 해 동안 징수한 저작권료 1억9000만 원의 지급 청구 채권에 대한 추심을 명령했지만, 집행되지 않고 있다.

물망초는 “경문협은 법원의 추심명령에 따라 국군포로들에게 판결금액을 지급해야 함에도 추심명령이 잘못되었다느니 하면서 추심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판결에 따라 국군포로 변호인단이 북한 저작권료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지만, 경문협이 “저작권료를 받을 주체는 조선중앙TV와 같은 원저작자이지 북한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독재국가인 북한에서 조선중앙TV가 저작권료 권리를 독자적으로 주장할 수 있느냐. 북한의 곳간을 지켜내기 위한 억지 논리”라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법원은 북한군 포로로 잡혀 강제노역한 뒤 탈북한 한모 씨와 노모 씨가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7월 “피고들은 한씨와 노씨에게 각각 21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04년 남북 교류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인 경문협은 문재인 정부의 실세(實勢)들과 인연이 깊다. 임종석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대 경문협 이사장(2005~2007년)을 맡은 뒤 현재 다시 대표직을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 수도권 중진인 우상호·홍익표 의원도 경문협 이사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일러스트= 안병현 조선일보 DB
 
일러스트= 안병현 조선일보 DB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2008년까지 국내에서 북한 영상·저작물 등을 사용한 대가로 북한 측에 도합 7억9200여만원의 저작권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박왕자씨 금강산 피격사건을 계기로 저작권료 송금이 중단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쌓인 북한 저작권료는 약 21억원에 달한다. 이는 경문협이 2009년 5월부터 북한의 대리인 격으로 국내 방송사 등에 저작료를 징수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외교통일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나"라며 북한을 옹호하는 것으로 읽히는 발언을 해 외교위원장으로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외교통일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나"라며 북한을 옹호하는 것으로 읽히는 발언을 해 외교위원장으로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

법원 공탁금은 청구권자가 돈을 가져갈 수 있는 날로부터 10년 동안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된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2009년 공탁금 2266만원, 2010년 2억790만원은 우리 측에 회수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문협은 국고 귀속일이 다가오자 ‘회수 후 재(再)공탁’방식으로 북한의 재산을 지켜냈다. 국고에 환수될 2009년·2010년도 북한 저작권료 2억3000여만원을 일단 되찾은 뒤 법원에 다시 맡기는 수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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