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원색 비난한 가운데, 강 장관이 이틀 만에 참석한 포럼에서 북한에 코로나19 협력을 재차 제안했다. 외교부가 강 장관의 거취를 압박한 북한에 반박도 못하는 걸 넘어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외교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외교부

강 장관은 11일(현지 시각) 화상으로 열린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북한은 올해 코로나라는 도전 과제에 집중하고 있고 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의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코로나와 다른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해 관여(engage)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지난 성과 위에서 비핵화, 항구적 평화를 위해 같이 일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김여정 담화가 있은 지 이틀 만이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부모뻘인 강 장관을 향해 “앞뒤 계산도 없는 망언” “북남 관계에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강 장관이 지난주 바레인에서 열린 외교안보포럼 ‘마나마대화’에서 북한의 방역 수준을 평가하는 듯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여정 담화에 외교부가 반박을 하지 못하면서 외교가에선 대북 저자세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담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세 차례 질문에 “북한을 포함한 국제적 방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트위터에서 “굴종에 가까운 정중함(civility)는 이웃으로부터 그저 경멸, 적대감만 불러 일으킬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2014년 북한에 다녀오고 비핵화는 없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는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질문에 “(비핵화 문제는) 현 정권을 넘어서는, 수년이 소요되는 일”이라며 “남북 양측의 이해가 반영되는 대화의 틀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아스펜 안보포럼은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개최되는 연례 행사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과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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