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오전 본지 통화에서 “북한이 한국 정치 흐름과 내부를 면밀히 들여다보며 치밀하게 대남 공세를 펴고 있다”면서 “이번 김여정의 담화는 대북 전단 법 개정이라는 입법권에 이어 이제 인사권까지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태 의원은 “최근 김여정의 행보를 보면 지난 6월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때 대북 전단 법을 바꾸라고 대남 메시지를 냈고, 7월엔 미국을 향해서 한마디했고, 이어 5개월만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한마디 한 것”이라며 “총맥락을 보면, 이제 우리 국회에서 대북 전단 입법이 되니까 1단계 목적을 실현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2단계로 강 장관 문제인데 강 장관이 경질된다는 말이 있었는데 결국 되지 않고 언론 추이를 보니 내년 초에 바뀐다는 말이 있으니 북한 통전부 애들이 이런 걸 다보고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강 장관에 대해 강경 발언을 하며 인사권에도 관여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태 의원은 “북한은 이번 대북 전단법 개정도 자기네가 한 것이고, 연말연초에 있을 개각 인사도 (일부) 자기네가 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면서 “왜 이런 걸 하냐면 북한이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대북 대화 재개에 올인하고 매달리기까 이게 북한에게는 지렛대가 돼서 주도권을 쥐고 남북 관계를 끌고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 같은 사람이 볼 때 이런 상황은 참담하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자이다.
태 의원은 “다시 강조하지만 북한은 치밀하게 계산하며 대한민국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이번 담화 발표를 통해 다시 확인됐다”면서 “이제 입법권에 이어 인사권까지 개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여정은 이번 담화를 아주 짧게 내면서 명백히 계산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이건 남북대화를 하더라도 명분을 확고히 세우고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북한 사회의 폐쇄성이 더 고조되고 있다는 취지의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은 담화에서 “남조선 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중동행각 중에 우리의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하여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김여정은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속심이 빤히 들여다보인다”며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 5일(현지 시각)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최한 중동 지역 국제안보포럼 ‘마나마 대화’에 참석해 “코로나가 북한을 더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했다. 강 장관은 “북한은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며 “모든 신호는 북한 정권이 코로나 통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상한 상황(odd situation)”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