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오후 강원도 고성 DMZ에서 지난 ‘9.19군사합의’ 이행에 따라 시범 철수된 고성GP의 공개를 위해 22사단 군인들이 쇠사슬로 잠겨있는 통문을 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2월 오후 강원도 고성 DMZ에서 지난 ‘9.19군사합의’ 이행에 따라 시범 철수된 고성GP의 공개를 위해 22사단 군인들이 쇠사슬로 잠겨있는 통문을 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주민 A씨가 지난달 우리 군의 최전방 철책을 뛰어넘기 전 군사분계선(MDL) 이남 비무장지대(DMZ) 지역에서 21시간 동안 12㎞를 이동한 것으로 7일 나타났다. A씨가 움직인 경로에는 우리 군 GP(감시소초)가 5개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이 GP들을 모두 무사 통과한 뒤 우리 군 GOP(일반전초) 철조망을 뛰어넘었다. 이후로도 14시간 30분간 9㎞를 더 돌아다니다 우리 군에 발견됐다.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이 이날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에 보고한 A씨 월책 사건 결과에 따르면, A씨는 강원도 최전방 지역에서 MDL을 넘어 우리 군 작전 지역에 진입한 이후 21시간 동안 우리 측 지역 12㎞를 활보했다. 우리 군은 2일 오후 10시 20분쯤 MDL 인근에서 ‘미상 인원’인 A씨를 발견했지만 추적엔 실패했다.

北 주민 GP 월책 사건 조사 결과
北 주민 GP 월책 사건 조사 결과

우리 군이 A씨를 다시 포착한 건 하루가 지난 3일 오후 7시 25분이었다. 최초 식별 지역과 12㎞ 떨어진 지역에서 A씨가 월책하는 장면이 우리 군 열상감시장비(TOD)에 잡혔다. 윤 의원 측은 “GP 5개를 지나왔지만 A씨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철책을 뛰어넘은 곳에서 9㎞ 떨어진 지점에서 4일 오전 9시 56분쯤 발견됐다. A씨가 최초 포착된 뒤 우리 측이 신병을 확보할 때까지 총 35시간 36분 동안 약 21㎞를 맘대로 돌아다닌 것이다.

 

군은 A씨가 우리 군의 집중 감시·수색 구역을 2박 3일간 아무 제지 없이 활보한 데 대해 “지형지물의 탓”이라고 하고 있다. 군은 지난달 최전방 지역 철책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면서 “동부 전선의 경우 지형이 험준해 경계 작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비태세검열실은 이날 윤 의원실 보고에서 A씨 월책 이후 GOP 부대 인원이 출발했지만 현장에 도착하는 데만 30분이 걸렸다고 밝혔다.

A씨 월책 당시 군은 TOD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자동 녹화하지 못했다. 당시 GP가 공사 중이라는 이유로 TOD 관련 장비를 GOP로 옮기면서 일부 케이블을 제대로 연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군은 A씨 월책 이후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재연했지만 이때 역시 동작 감시 센서는 울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차례 시도 끝에 월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군은 “지난달 철책 경계 시스템의 주요 구성품 중 하나인 ‘상단 감지유발기’의 나사가 풀려 있어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군이 매번 완벽하다고 호언장담하던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수시로 뚫리고 있다”며, “현 정부가 말한 ‘열린 국방’이 수시로 경계가 뚫리는 것이고, ‘남북 간 자유 왕래’가 이런 형태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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