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일 강원 철원군 한탄리버스파호텔에서 열린 '생태대를 위한 PLZ 포럼 2020'에서 온라인으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일 강원 철원군 한탄리버스파호텔에서 열린 '생태대를 위한 PLZ 포럼 2020'에서 온라인으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1조4749억원으로 확정된 내년도 통일부 예산 가운데 코로나 대응을 비롯한 보건·의료 협력 등 남북 민생협력 분야 예산이 올해보다 620억원(13.7%) 증액됐다. 반면 탈북민 정착지원금이 54억원(13.9%) 삭감되는 등 북한 인권 관련 예산들은 줄줄이 깎였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일 북한이 방역 협력에 나서면 경제와 민생을 희생하면서까지 강력한 국경봉쇄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대북 백신 지원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이 국경을 완전 봉쇄하고 중국에서 지원한 식량 10만t의 수령도 거부할 만큼 코로나에 대해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대북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 기조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통일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은 올해(1조4242억원)보다 507억원 증가한 1조4749억원이다. 통일부 예산의 대부분(1조2456억원)을 차지하는 남북협력기금에서는 남북보건협력 분야가 올해 585억원에서 955억원으로 370억원(63.2%) 증액 편성됐다. 농축산·산림·환경 협력 관련 예산은 지난해 3045억 원에서 올해 3295억원으로 250억원(8.2%) 증액됐다.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은 감염병과 기후변화 등 환경변화를 고려해 남북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 분야 발굴 및 추진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생태대를 위한 PLZ 포럼 2020’의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코로나19 극복 중심의 보건의료 협력”이라며 “이렇게 시작되는 남북 협력이 식량과 비료 등 민생협력으로 이어지고, 철도·도로 등 공공인프라 협력으로 다시 확장돼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에 이어 대북지원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이다.

 

이밖에도 남북출입사무소 시설운영에 12억7100만원(52.2%), 4년 간 가동을 멈춘 ‘개성공단 운영 제도화’에 1억 1500만원(41.8%)이 각각 증액됐다. 또 남북협력기금에서 DMZ 내 기존 출입사무소 시설물 등을 재활용해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사업, ‘DMZ 평화의 길’ 개방을 앞두고 관련 시설을 정비하는 사업에 각각 48억원, 30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남북협력기금을 제외한 일반회계 예산(2294억원) 중에서는 비무장지대(DMZ)를 걸으며 접경지역의 생태·문화를 체험하는 ‘평화의 길 통일걷기’ 사업에 7억5000만원이 신규 편성됐다. 이 사업은 이인영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인 2017년부터 진행한 ‘DMZ 통일걷기’ 행사와 흡사하다. 일각에선 “자칫 장관 개인 행사에 정부 예산이 지원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밖에 북한정보 AI·빅데이터 구축 사업이 104억원 규모로 신설됐다. 인천에서 시범운영 중인 ‘통일+센터’를 호남·강원 등에도 추가 설치하는 사업에 43억원이, 남북회담본부 영상회의실 설치에 4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반면 북한 인권 관련 예산은 대부분 깎였다. 북한인권기록센터 운영 예산은 5300만원(6.5%), 북한인권재단 운영 예산은 2500만원(5%), 북한인권개선 정책 수립·추진 예산은 1700만원(4.8%)이 각각 줄었다. 납북피해자문제 해결 및 인도적 송환업무 지원 예산은 3억8000만원(45.2%), 이산가족문제 해결지원 예산도 2200만원(5%) 감소했다. 탈북민 정착지원금은 입국자 감소를 이유로 54억5600만원(13.9%)을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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