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한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일주일이 지나도록 침묵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8일 대선 승리를 사실상 확정한 것을 감안하면 일주일째 북한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예년 미국 대선의 경우 이틀에서 일주일 사이에 반응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북한의 침묵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북한이 비난이든 축하든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과 수차례 친서를 주고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적으로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주요 국가는 현재 러시아 정도만 남았다. 중국은 지난 13일 바이든에 축하 메시지를 냈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 대선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우리는 대선이나 현 상황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 미국 언론이 아니라 국민이 당선인의 이름을 선언하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 인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바이든 선생과 해리스 여사에게 축하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이라는 표현 대신 ‘선생’,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을 ‘여사’로 표현한 것이 특이하다. 이에 따라 시진핑 중국 주석도 조만간 바이든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바이든 당선에 침묵하고 있다. 일부 국내 언론은 북한의 침묵을 두고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고려한 ‘배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의 당선으로 손해를 볼 대표적 지도자로 북한 김정은 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꼽았다. 두 사람 모두 바이든의 당선에 침묵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실무협상부터 단계를 밟아가는 ‘상향식’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 시설 폐기와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딜’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거부하면서 ‘하노이 노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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