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국방부·국무부의 고위직을 역임한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은 11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미 정권 교체기의 불안 요소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꼽았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국장 출신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그간 북한은 미국에 중요 선거가 있을 때마다 어떤 형식으로든 도발을 한 사례가 있고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바이든 인수위원회 구성이 국내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바이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도 북한이 뭔가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도 “북한이 식탁을 숟가락으로 두들겨대며 (미국의) 관심을 끌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북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한·미 관계가 방위비 협상 등으로 삐걱거렸지만 곧 복원될 수 있고, 사이버·에너지·공공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힐 전 차관보는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에서 흐려졌던 ‘파트너’ 관계를 다시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선 혹평이 쏟아졌다.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에겐 회담 전략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신선한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북한의 핵 역량을 강화시켰다”고 했다. 미·북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어느 정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하노이 회담 때)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협상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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