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9일 미국 대선을 ‘큰 정세의 변곡점’으로 평가하면서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수립되는) 기간에 남북 간에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더 크게 열릴 수 있으며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에는 정세전환기에 도발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9일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9일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 장관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세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미국 대선 이후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이로 인해 동북아정세에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면서 “남북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신뢰를 만든다면 대국적으로 더 좋은 정세흐름을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관은 “남북이 이미 2000년 북미 커뮤니케와 2018년 싱가포르회담을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바 있다”면서 “남북의 대화가 있었기에 북미관계의 진전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전환기 한반도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계기가 되는대로 북미관계의 진전을 위해 분명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남북 간에는 대화와 협력의 구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 대선 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의식한 듯 “북측이 신중하고 현명하게 유연하게 전환의 시기에 대처하길 기대한다”며 도발 자제를 주문했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북측이 남북, 북미 간의 합의를 이행하고 비핵화의 전향적 의지를 보여준다면 한반도가 평화를 향해 나아갈 뿐만 아니라 남북한이 평화와 협력의 공간을 우리가 함께 만들 수 있다”면서 “남북미가 하노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로 평화의 결실을 향해 다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미공조와 관련해 “미 차기 정부와 공조하여 더 나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동맹의 시간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역사적으로 미국정부는 동맹국인 한국정부의 입장을 늘 경청해왔다”면서 “이번 역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의한 한미 간 협조와 지지의 토대를 보다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넘어서는 새로운 접근을 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페리프로세스 등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가동되던 클린턴 정부 3기로 접근해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당국자는 "물론 북한의 핵 개발이 진전되거나 제재가 작동하는 등 그런 차이는 있지만 바이든 당선자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햇볕정책에 대해 강한 지지를 하셨던 분이고, 김대중 대통령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분이라며 “남북 간 대화와 협력에 따라 2000년 조명록-올브라이트 간, 2018년 싱가포르 네가지 합의 사항보다 더 나은 북미 간의 관계 개선의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대북제재 하에서 북미관계가 교착된 가운데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오히려 남북관계를 잘 풀어서 북미관계를 푸는데도 도움이 돼야 한다”면서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관계가 잘 풀리면 북미가 잘 풀리는데 도움이 되고, 북미관계가 잘 풀리면 남북관계를 잘 풀 수 있는 선순환의 문제”라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실무협상 중심의 ‘바텀업(bottom-up)’ 접근을 취해 북미관계의 급진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이 당국자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불일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서 역할을 하는 한국 정부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북한의 동향과 관련해 이 당국자는 지난 9월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연설을 언급하며 “북한이 파국적 상황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고 다시 좋은 남북관계로 가려 하는 의지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상황을 좋게 만들어가는 흐름일 수 있었는데 서해 피격 사건으로 굉장히 큰 난관이 조성된 건 사실이고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말과 내년 초에 남북이 대화와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요인이 증대돼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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