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햄리 CSIS 소장이 6일(현지시각) 조선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존 햄리 CSIS 소장이 6일(현지시각) 조선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조선일보 주최 ‘제11회 아시안리더십 콘퍼런스(ALC)’에 참석하기에 앞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미 대통령 당선인)은 동맹을 포용하고 협력할 것”이라며 “(트럼프처럼) 동맹을 비웃거나 폄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햄리 소장은 6일(현지 시각)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과거처럼 서로 타협해서 괜찮은 합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햄리 소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과 부장관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국방장관 물망에 올랐다. 2000년부터 20년간 CSIS를 이끌며 워싱턴DC에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고, 바이든 측 참모들과도 가까운 사이다.

바이든 시대의 아시아 전략에 대해 햄리 소장은 “중국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는 무역·관세보다는 인권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것”이라며 “총체적으로 (미·중 관계는) 비슷하겠지만 대화의 초점이 옮겨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항상 미국의 새 대통령에게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공격적 행동을 했다”며 “북한이 곧 도발적 행동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도 있고 괌 또는 다른 상징적 장소에 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는 ‘종전선언’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신속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햄리 소장은 “98%의 미국인은 (종전선언에) 별 관심이 없고, 실제 외교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아이디어를 그다지 지지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비핵화라는)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뭐 하러 (종전선언이란) 상징적인 조치를 해야 하냐고들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미·북 협상의) 시작점은 모든 핵시설의 정직한 신고”라며 “북한이 정직한 출발점을 제공하지 않으면 바이든(당선인)이 그저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할 리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공하기 거부했던 ‘핵 리스트’를 내놓지 않으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북 대화 전망이 어둡다는 뜻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장관 후보 물망에 올랐던 햄리 소장은 바이든 진영을 포함한 미국 민주당의 외교·안보 정책 구상에 밝은 인물이다.

햄리 소장은 “미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평화) 이니셔티브를 진정 지지하는 것은 진보·좌파 민주당원들뿐”이라며 “전통적인 민주당원들은 상당히 회의적이고, 공화당원들은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뭔가를 할 때는 공화당이 비록 그 일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조용히 있었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한다면 ‘정치적 전면전’을 벌일 것”라며 “그래서 바이든이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려고 하면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까운 미래에 그런 (대북 대화)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햄리 소장은 “트럼프의 (대북 대화) 노력이 만들어 낸 중요한 변화는 미국이 과거와 달리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상호적 조치를 취하며 잘 설계된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실용적 인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 소득을 얻지 못하는 것은 북한이 핵 인프라를 정직하게 드러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북한은 작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겠다고 했고, 문재인 정부도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대로 회담을 결렬시켰다. 이에 대해 햄리 소장은 “미국은 김정은의 제안이 별 의미 없었다는 것을 알 만큼 영변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바이든이 (트럼프가 결렬시킨) 그것을 그대로 다시 집어들 것 같나?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햄리 소장은 “바이든 당선인이 핵 문제에서 리스크를 감수한다면 북한이 아니라 이란과의 협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과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맺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한 바 있다.

미·중 관계에 대해 햄리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고 국무부·국방부는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을 만들고 싶어하는 모순이 있었다”며 “바이든의 참모들은 이 문제부터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이 역내에 머물러주기 바라지만 자국과 중국 간의 관계를 미국이 더 힘들게 만들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며 “(바이든의) 미국은 한국이 중국과 협력하지 못하도록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이 (중국과 협력하더라도) 민주주의적 가치를 옹호해 주기를 바랄 것”이라고 햄리 소장은 말했다. “이런 큰 가치에 기반한 연대를 형성하면, 그것이 한미를 하나로 묶어주는 전략이 될 것이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그런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그는 “미국이 한국을 떠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동북아에서 동남아로의 중심 이동이 있을 수 있다”며 “쿼드(Quad·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국 연합체)에 대한 관심, 남중국해에 대한 집중과 미군 병력의 재배치가 한국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햄리 소장은 청와대가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마무리하려는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해 “어떻게 한국의 방위력을 강하게 할 수 있는가가 유일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당시에는 ‘전작권을 전환하면 한국이 군사적으로 약해질 것’이란 결론이 났다”며 “한국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작전력을 키워서 군사적 조건을 맞추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국방장관 등을 누가 하게 될지에 대해 햄리 소장은 “바이든 인수팀에서 외교·안보 자문에 응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2000여 명이 그 팀에 있다고 하더라”면서 “앞으로 워싱턴DC에서 치열한 파워게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