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1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의 불법 중국어선에 대응 중인 3008함을 방문해 중국어선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1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의 불법 중국어선에 대응 중인 3008함을 방문해 중국어선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넘었다가 무사히 귀환한 민간 어선 사건에서 군과 해경이 늑장 대응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9일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어물운반선 ‘광성 3호’는 어떤 단속이나 제지도 받지 않은 채 20노트(약 시속 37km) 이상의 속도로 조업한계선을 무사 통과 했다. 당시 광성 3호는 NLL 북방 약 3.7㎞(2해리) 내외까지 북상해 10분가량 북측 해역에 머물다 복귀했다. 그러나 해경은 조업한계선 진입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광성 3호가 조업한계선을 넘은 뒤에 군에 어떠한 통보나 공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서해 조업한계선은 NLL에서 남쪽으로 10노티컬마일(약 18.5km) 떨어진 지점에 설정된 법적 기준선이다. 지난달 22일 서해상 실종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 발생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실책을 한 것이다.

군의 대응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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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지난 17일 낮 12시 45분쯤 연평부대 우도에 있는 감시 레이더를 통해 북상 중인 광성 3호를 최초 포착했으나 ‘미상 선박’으로만 인지하고, 북상을 중단하라는 호출을 보내거나 제지하는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어 12시 54분쯤 다른 레이더를 통해 같은 어선이 재포착되자 그제야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를 통해 광성 3호라는 사실을 확인, 12시 56분쯤 광성 3호를 향해 무선망과 어선공통망으로 50여차례 호출을 보냈다. 군은 인근에 계류 중이던 고속정 1척과 대잠고속정(RIB) 2척도 출동시켰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어 광성 3호는 오후 1시쯤 NLL을 넘었다. 군에 최초 포착된 지 불과 15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광성 3호에는 외국인 선원들만 탑승해 우리 측의 호출에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인 2명, 중국인 1명 등 외국인 선원 3명만 승선 중이었다.

김포 대명항에서 광성 3호가 출항한 이후 한국인 선장 A씨는 외국인 선원들만 놔둔 채 “새우를 강화도 후포항까지 옮기라”고 지시한 뒤 중간에 다른 선박으로 갈아탄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들은 GPS도 볼 줄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목적지인 강화도로 가기로 했는데 올라가다 보니 이상한 걸 느껴서 내려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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