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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죽임당할때, 나라는 뭘 했나요”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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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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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된 뒤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물었다. 정부·여당의 ‘월북(越北)’ 주장에 대해서는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피살 공무원 이모씨의 형 이래진씨는 고교 2년생인 조카(피살 공무원의 아들) 이모군이 문 대통령에게 쓴 육필(肉筆) 편지를 5일 본지에 공개했다. 편지는 “존경하는 대통령님께 올립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편지 날짜는 10월 6일인데, 이는 6일 공개할 예정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군은 편지에서 자신을 “북한군에게 억울하게 피격당한 공무원의 아들”이라며 “현재 고2에 재학 중이며 여동생은 이제 여덟 살로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했다.

이군은 “(아빠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동생에게는 며칠 후에 집에 오겠다며 화상 통화까지 했다”며 “이런 아빠가 갑자기 실종되면서 매스컴과 기사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가 연일 화젯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 가정의 가장을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요”라고 물었다.

이군은 부친의 월북 의혹을 강하게 반박했다. “아빠는 늦게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던 만큼 더 열심히 일했다”며 “학교에 오셔서 직업 소개를 하실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셨다”고 했다. 아버지가 서해어업관리단 표창장,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장,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표창장을 받은 내용도 공개했다. 또 “(아빠가) 늦게 생긴 동생을 너무나 예뻐하셨고 저희에게는 누구보다 가정적인 아빠였다”고 했다. 이군은 “(아빠는)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며 "180㎝ 키에 68㎏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은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북한이 이씨 신상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월북의 증거’라는 일각의 논리에 대해서도 이군은 “총을 든 북한군이 인적 사항을 묻는데 말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고 반박했다.

이군은 “지금 저희가 겪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느냐”며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하셨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군은 아버지가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며 치매로 아무것도 모르고 계신 노모의 아들”이라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어린 동생은 아빠가 해외로 출장 가신 줄 안다”며 “아빠가 며칠 후 집에 가면 선물을 사준다고 하셨기에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매일 밤 아빠 사진을 손에 꼭 쥐고 잠든다”고 했다. “이런 동생을 바라봐야 하는 저와 엄마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이군은 부친에 대해 “대한민국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며 “나라의 잘못으로 오랜 시간 차디찬 바닷속에서 고통받다가 사살당해 불에 태워져 버려졌다”고 했다. 이어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편지는 대통령을 향한 호소로 끝난다. 이군은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달라”고 했다. 이어 “하루빨리 아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로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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