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씨를 사살·소각할 당시 총기 사용을 의미하는 언급을 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군은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이씨 살상에 총기를 사용했다고 봤지만, 이를 확정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북한이 총기를 뜻하는 용어를 언급한 건 맞지만, 유사한 제원의 총기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북한군이 이씨 살상에 개인 화기뿐 아니라 중화기인 기관총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이씨의 처리를 두고 무전을 주고받을 때 우리 군의 감청망 등에 북한군 총기를 뜻하는 용어가 포착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이씨를 사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최근 ‘상부에서 사살(射殺) 명령이 있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자 연이틀 “우리 군이 획득한 첩보 사항에 사살·사격 등의 용어는 없었다”고 적극 부인했다. 총기를 뜻하는 용어가 사용됐고, 여러 다른 정보를 종합해 이씨가 사살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지 감청 당시 ‘사살’이라는 용어를 북한이 언급한 바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총기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군이 “사살, 사격 같은 용어가 없었다”고 여러 번 해명한 것은 사실을 호도한 것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이씨 살해에 어떤 총기를 사용했는지도 규명돼야 할 사안이다. 군에서는 일단 북한군의 개인화기인 AK-47 계열 소총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20m 안팎으로 접근해 이씨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개인화기로 사격을 가할 만한 거리”라고 했다. 북한군은 AK-47 소총과 관통력·살상력이 향상된 5.54mm AK-74 소총을 혼용해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25일 통지문을 통해 엉뚱한 주장을 펼치면서 AK 계열 소총이 아닌 기관총 사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북한은 “(단속) 정장의 결심에 따라 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했다. 우리 군과 2배 차이 나는 들쭉날쭉한 거리 설명에 북한군 단속정이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관총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40~50m는 AK 계열 소총으로도 조준 사격을 가할 수 있는 위치이지만 북한군이 최대한 멀리 떨어져 이씨를 감시해왔다는 점에서 그 이상 떨어진 위치에서 사격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군 단속정에는 개인화기뿐 아니라 공용화기인 73년식 기관총이 비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최전방 소초에도 이 기관총을 놔뒀는데 개인화기보다 살상력이 강하고 유효사거리는 1km가량으로 군은 보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군 현역은 일반적으로 5.54mm 탄을 사용하는 AK-74 소총을 주로 사용하고 AK-47은 예비군이 사용하고 있다”며 “군이 여러 의미로 혼용해 해석될 수 있는 특정 총기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면, 73년식 기관총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군에서는 일반적으로 개인화기가 아닌 공용화기의 경우 숫자로 된 은어를 붙여 사용하곤 한다”며 “우리 군이 첩보로 총기와 관련된 은어를 포착했다면 개인화기가 아닌 기관총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군에서는 북한이 단순 개인화기가 아닌 기관총 등으로 이씨를 쐈을 경우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소각전에 개인화기가 아닌 기관총으로 이씨를 쐈다면 사실상의 고사총 처형과 다를 바 없는 행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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