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리정호(59)씨가 지난 2017년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일본 교도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탈북자 리정호(59)씨가 지난 2017년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일본 교도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 관련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윗선’의 지시 없이 (경비) 정장의 결심으로 사격했다고 한 데 대해 최고위급 탈북자가 “전형적인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김씨 일가의 비자금과 외화 조달을 관리하던 노동당 39호실 출신 고위 간부로 미국에 거주하는 리정호씨는 26일(현지 시각) 본지와 통화에서 “북한의 유일지도체제를 남한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남한에서 넘어 온 사람을 사살하는 것은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리씨는 북한에서 차관급 지위까지 올랐던 인물로,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알려진 탈북자 중에선 최고위급이다.

리씨는 “한국군의 발표를 보면 북한군이 (지난 22일) 한국 국민 A씨를 발견한 뒤 6시간 후 상부의 지시를 받고 사살했다”며 “6시간이 걸린 것은 김정은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 25일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전부 명의 통지문에서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고 했고, 김정은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리씨는 “북한 최고지도자는 목적을 위해 어떤 거짓말을 해도 된다”며 “2010년 북한은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을 총살했는데, 당시 화폐개혁은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의 허가를 모두 거친 것이었지만 민심이 악화되자 박남기가 주도한 것처럼 꾸며 총살한 것”이라고 했다.

리씨는 청와대가 공개한 북한의 통지문과 관련, “내가 김정일·김정은의 방침을 많이 받아봤지만, 이번 통지문처럼 북한에서 쓰지 않는 한자어가 많이 섞여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방침엔 단어와 맞춤법에 완벽을 기한다”고 했다. 그는 통지문에 나온 ‘인원(人員)’ ‘혈흔(血痕)’ ‘신고(辛苦)’ 등의 단어를 거론하며 “북한식으로 쓴다면 인원은 ‘사람’으로 ‘혈흔’은 핏자국, ‘신고’는 고생이라고 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최고지도자 측에서 내린 정식 지침을 따라 만들어진 통지문인지 의문도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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