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아 반소매 내의만 걸친 채로 논밭을 누비며 현지 시찰을 했다. 북한 경제가 대북 제재·감염병·자연재해 등 삼중고에 빠진 상황에서 ‘수령의 애민(愛民) 정신’을 부각해 흉흉한 민심을 다독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수해 현장을 한 달 만에 다시 찾아 피해 복구 상황을 지도했다고 12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6일에도 은파군 수해 현장을 1박 2일 일정으로 시찰했다. 당시 김정은은 국무위원장 명의 예비 양곡을 풀어 수재민을 지원하도록 지시했다.
김정은은 인민군을 투입해 한 달간 벌인 복구 사업을 점검하며 “건설장 전역이 들썩이고 군대 맛이 나게 화선식(전투식) 선전선동 사업을 잘하고 있다”며 “자기 당에 대한 충성심과 자기 인민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지닌 우리 인민군대만이 창조할 수 있는 기적”이라고 했다. 농작물 피해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며 “애써 가꾼 농작물들을 쉽사리 포기할 생각을 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책임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북한은 지난 달 당 정치국 회의에서 수해 복구 기한을 당 창건 75주년인 10월 10일로 정했다.
이날 조선중앙TV가 보도한 12분짜리 시찰 영상에 따르면, 김정은은 초반에는 흰색 셔츠를 차려 입었지만 중반부터는 흰색 반소매 내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시찰 도중 셔츠를 벗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논으로 들어가 낟알을 손에 쥐고 담배를 태우며 간부들과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때 건강이상설이 불거졌지만, 영상에서는 언덕과 계단을 무리 없이 오르내렸다.
김정은을 수행한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검은색 바지 차림이었다. 현송월은 그간 명품 가방과 짙은 화장, 화려한 의상 등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이날은 수해 복구 현장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정은과 동행한 간부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반면, 이들을 맞이한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을 비롯한 주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