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 쌀 5만톤 지원 거부한 북한 김정은.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정부의 대북 쌀 5만톤 지원 거부한 북한 김정은.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정부가 북한의 거듭된 거부에도 대북(對北) 식량 지원비 1177만 달러(약 140억원)를 세계식량계획(WFP)에 맡겨둔 채 환수 노력도 하지 않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거액의 국민 세금이 제 목적에 맞게 사용되지 않고 국제기구 금고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입장이 언젠가 바뀌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장밋빛 기대감으로 식량 지원비는 적절한 시기가 오면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건강한 남북 관계를 위해서라도 북한에 “나중에라도 좋으니 우리의 쌀을 받아달라”고 애걸하는 듯한 모습을 취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는 지난해 북한에 쌀 5만t(톤)을 보내기 사업을 추진하며 이 사업을 대행할 WFP에 그해 8월 업무비용으로 1177만 4899달러(약 140억원)를 송금했다. 약 240억원에 달하는 쌀 5만톤의 비용과 별도로, 이 쌀을 북한까지 운송하고 배분해달라며 WFP에 업무 비용으로 약 140억원을 선지급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청와대

하지만 정작 북한은 쌀 수령을 전면 거부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긴급 대북 쌀 지원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요청에도 거듭 쌀 수령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후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사업을 위해 WFP에 선지급했던 약 140억원을 되찾아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가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북한의 어려운 식량 상황과 WFP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했던 금액을 환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절한 시기에 (대북 쌀 지원 사업을) 추진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종료될 경우에 WFP에 송금한 사업관리 비용을 환수하는 방향으로 WFP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올해 코로나 사태에 수해까지 덮쳐 지난해보다 식량 사정이 훨씬 악화했지만, 여전히 쌀이든 코로나 방역 물품이든 한국 정부의 지원은 받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태경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 /뉴시스
하태경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 /뉴시스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짝사랑 정책은 이미 오래전 실패했다”면서 “그런데도 여전히 미련을 갖고 무산된 사업의 기금조차 환수하지 않는 것은 세금을 낸 국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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