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의원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태영호 의원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북한인권국제협력 대사’를 4년째 공석(空席)으로 남겨둔 데 대해 “특별히 활동할 영역이 넓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는 그간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지속적으로 규탄하고 이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해왔다.

외교가에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 출신인 강 장관이 북한을 의식해 대북 인권 업무를 사실상 불능 상태로 만들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설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 장관은 이날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북한인권대사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대사직 임명엔 여러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나 외교적인 목표 성과 이런 것을 다 감안해서 (대통령에게) 저희가 제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초반에 꼼꼼히 검토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북한인권 대사가) 특별히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지 않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강 장관은 이어 태 의원이 ‘지금도 제청할 때가 아니냐는 것이냐’고 묻자 “결론적으로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 장관은 북한인권대사가 활동할 영역이 왜 넓지 않은지,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는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2018년 4월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북한 김정은이 인사하고 있다.
2018년 4월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북한 김정은이 인사하고 있다. /한국 사진 공동취재단 조선일보 DB

전직 고위 외교관은 “정부는 북한인권대사가 임명돼 오히려 ‘성과’를 낼까 봐 아예 임명 자체를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미국 등 수많은 나라의 정부와 외교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라도 대북 인권 활동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1일 국회 외통위 회의 도중 유대종 외교부 기조실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1일 국회 외통위 회의 도중 유대종 외교부 기조실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강 장관은 또 이날 외교부의 한일 갈등 해결 역량과 관련해 김석기 미래통합당 의원이 ‘장관은 친미·친일·친중 어느 쪽에 속하는 편이냐’는 질의를 하자 “굳이 말하면 지미파(知美派)”라고 답했다. 강 장관은 이어 김 의원이 ‘지미라는 말을 우리가 쓰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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