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북한인권국제협력 대사’를 4년째 공석(空席)으로 남겨둔 데 대해 “특별히 활동할 영역이 넓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는 그간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지속적으로 규탄하고 이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해왔다.
외교가에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 출신인 강 장관이 북한을 의식해 대북 인권 업무를 사실상 불능 상태로 만들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설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 장관은 이날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북한인권대사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대사직 임명엔 여러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나 외교적인 목표 성과 이런 것을 다 감안해서 (대통령에게) 저희가 제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초반에 꼼꼼히 검토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북한인권 대사가) 특별히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지 않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강 장관은 이어 태 의원이 ‘지금도 제청할 때가 아니냐는 것이냐’고 묻자 “결론적으로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 장관은 북한인권대사가 활동할 영역이 왜 넓지 않은지,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는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정부는 북한인권대사가 임명돼 오히려 ‘성과’를 낼까 봐 아예 임명 자체를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미국 등 수많은 나라의 정부와 외교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라도 대북 인권 활동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강 장관은 또 이날 외교부의 한일 갈등 해결 역량과 관련해 김석기 미래통합당 의원이 ‘장관은 친미·친일·친중 어느 쪽에 속하는 편이냐’는 질의를 하자 “굳이 말하면 지미파(知美派)”라고 답했다. 강 장관은 이어 김 의원이 ‘지미라는 말을 우리가 쓰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