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3일 탈북민 단체와 북한 인권 단체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사무검사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비판이 나오자 "다른 분야 단체들로 검사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탈북민 단체와 북한 인권 단체를 겨냥한 사무검사가 아니라면서 비판을 피해간 것이다.

경찰이 6월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탈북민 단체 '큰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압수품을 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무검사를 실시하는 북한 인권 단체 25개를 선정한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통일부가) 받은 연간 실적 보고서가 부실하거나, 제출해야 할 자료가 부실한 것을 근거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여 대변인은 이어 '사무검사 대상을 탈북민 단체나 북한 인권 단체 위주로 선정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산하 등록법인과 등록단체 사무검사와 점검은 통일부 소관분야 법인과 단체에 전체적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요되는 인력을 감안해 우선 탈북과 대북 관련, 인도 관련 단체들을 먼저 점검한다"며 "추후 다른 단체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탈북민 단체 두 곳의 비영리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또 법인 등록된 탈북·북한인권단체 25곳에 대해 사무검사를 실시하고, 비영리 민간단체 64곳에 대해 등록 요건 점검에 나섰다. 1998년 이후 통일부의 사무검사를 받은 단체는 4곳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달 30일 통일부와 화상 면담을 한 후 미국의소리(VOA)방송 인터뷰에서 서호 통일부 차관에게 대북인권단체에 대한 조치를 중단하고 대화를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킨타나 보고관은 "한국 정부의 사무검사 규모와 시점, 검사 대상인 단체의 속성 때문에 국제 시민사회가 놀랐다"며 "현재 상황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알리기 위한 이들 단체 역량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지난달 3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탈북·북한 인권 단체에 대한 법인허가 취소와 사무검사에 대해 "활동가들을 겁박하려는 명백한 시도"라며 "한국 정부는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한 규제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했다. HRW는 또 "이런 위협적인 행동은 그동안 시민과 정치적 권리를 누구보다 존중해온 한국의 평판에도 해를 끼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부에 시정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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