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GFW 발표 보고서

북한의 '유령선'으로 추정된 선박. /로이터통신
북한의 '유령선'으로 추정된 선박. /로이터통신

북한의 ‘유령선’이 일본 연안에서 발견된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는 수백 척의 중국 어선, 이른바 ‘검은 선단’이 북한 앞바다에서 조업을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현지 시각) 국제 비영리단체 ‘글로벌 어업 감시(GFW)’가 이날 사이언스 어드밴스 저널에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어선이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900척, 700척씩 북한 해역에서 조업을 해 오징어 16만톤 이상을 싹쓸이 해갔다고 보도했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4억4000만달러(약 5276억원)어치에 달한다. 중국이 북한 바다에서 오징어를 다 잡아가기 때문에 북한 어민들은 어쩔 수 없이 먼 바다로 나가 위험한 조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불법 조업 선박들은 선박 위치 확인 장치를 끄고 활동해 검은 선단(Dark fleets)이라고 불린다. 이를 육안으로 적발하기는 어렵지만 GFW는 여러 위성 기술을 통해 검은 선단의 실체를 파악했다. 연구팀이 파악한 검은 선단은 중국에서 출항했으며, 중국 내 회사나 기관, 개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GFW는 한국과 일본 수역에서 잡히는 오징어가 2003년 이후 약 80%가량 줄었다고 전하면서, 어획량 감소가 이 검은 선단의 불법조업과 관련이 높다고 지적했다.

GFW는 중국 검은 선단에 의해 2018년 약 3000척의 북한 선박들이 러시아 수역에서 불법적으로 오징어를 잡게 됐다고 밝혔다. 대부분 작은 목선인 북한의 선박들은 연료가 떨어지거나 엔진이 고장나면 거센 해류와 강풍에 떠밀려 일본 해안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민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 언론은 지난 5년간 600여척의 북한 유령선이 일본 해안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유령선은 비어있거나 시신이 실려 있는 배를 의미한다.

박재윤 GFW 선임 데이터 애널리스트는 “북한 바다에서 조업한 검은 선단 규모는 중국 원양어선단 전체의 약 3분의1 가량”이라며 “한 나라 선박이 다른 나라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저지른 것중 최대규모”라고 말했다.

GWF는 중국 검은 선단의 북한 바다 조업 활동에 대해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북한 내 외국의 어로 행위에 대해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 외국 선박에 대한 조업 허가 등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3/202007230151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