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우리 정부와 국민을 향해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얼굴 사진에 담배꽁초와 담뱃재를 뿌린 대남 전단 살포를 예고하고, 우리 군(軍) 등을 상대로 '큰 경을 칠 것' '조선반도(한반도) 전쟁' 운운하면서까지 협박하고 있다. 그런데 올 3월 전국 고교에 배포돼 140만 학생이 배우는 한국사 교과서는 완전히 딴세상이다. 8종 검정교과서 모두가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다루며 남북 화해 무드를 강조한다. 대통령과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거나 함께 걷는 사진을 교과서 한 페이지에 가득 싣고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면서 남북 관계가 개선" "고조되던 한반도의 긴장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전환점을 맞이하였다"는 식이다. 140만 고교생이 남북 관계가 경색된 현실을 뉴스를 통해 매일 보고 듣는데 교과서에선 현 정권에서 남북 화해가 달성된 것처럼 가르치고 있다.

독재국가가 아닌 한 세계 어느 국가도 집권 중인 정부의 중간 성과를 교과서에 넣어 가르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건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정치적 선전, 선동이다. 특정 사실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작년 11월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을 시점에 현 정권 찬양 내용이 담긴 교과서를 기어코 검정에서 통과시켰다. 정부가 지금은 입에 올리지도 않는 소득 주도 성장을 추켜세운 교과서도 있다. 역사 교과서가 아니라 정권 선전물 아닌가.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같은 국제사회의 합의 사항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삭제했다.

이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편향된 역사 기술, 특정 이념 강요를 집요하게 밀어붙여왔다.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탄생은 건국이 아니라 정부 수립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김일성 왕국에 대해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천안함 폭침은 중·고교 교과서 대부분이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제대로 기술하지 않고, 중학 검정교과서 6종에선 북한 3대 세습 문제를 찾아볼 수조차 없다. 전 정권의 국정교과서를 적폐라며 범죄행위로 몰아간 사람들이 그보다 더한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치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1/20200621022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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