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1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AFP 연합뉴스
2018년 6월 11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AFP 연합뉴스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미 정국을 요동치게 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북 비핵화 외교는 한국의 창작품이라고 지적했다.

◇ 모든 외교 판당고는 한국 창작품

18일(현지 시각) 미 CNN 등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모든 외교적 판당고(fandango)는 한국의 창작품”이라면서 “김 위원장이나 우리 측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의제와 더 관련됐다”고 지적했다. 판당고는 본래 캐스터네츠를 들고 추는 스페인 전통춤을 의미하지만, 어리석거나 쓸모없는 행동이나 물건을 의미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에 반대했던 볼턴이 비핵화 외교가 소용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한국의 작품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CNN은 “볼턴은 나치 독일의 유화책에 비유하며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망가지기를 바랐다”며 “참모들의 반대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회담을 갖기를 간절히 원했다는 사실도 밝혔다”고 전했다.

볼턴은 이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hooked)”고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감언이설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핵 합의에 대한 상원 인준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폼페이오가 ‘그는 거짓말쟁이’라고 쓴 쪽지를 건넸다는 사실도 밝혔다. CNN은 “볼턴 보좌관은 그가 김정은이 아니라 트럼프라고 시사했다”고 전하며, 이와 관련한 질의에 국무부는 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8년 5월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 회의 당시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AFP 연합뉴스
2018년 5월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 회의 당시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AFP 연합뉴스


◇ 김정은 “트럼프에게 브루클린 다리 팔아”

볼턴은 2019년 5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곤란했다고도 전했다. 볼턴은 “김 위원장은 오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과 약속을 어기지 않으면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할 수 있었다”며 “ICBM을 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브루클린 다리를 팔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브루클린 다리를 판다’는 표현은 20세기 초 무렵, 자신이 가지지도 않은 브루클린 다리와 매디슨 스퀘어 가든 등 뉴욕의 명물을 가짜로 팔며 돈을 챙긴 사기꾼 조지 C 파커에서 유래한 말이다. 한강물을 판 봉이 김선달처럼 남을 속이는 행위를 말한다. 볼턴은 “우리는 성과를 이뤘다는 트럼프의 믿음을 결코 흔들 수 없었다”고 했다.

볼턴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에 경악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고 싶어하는 열정에 가슴이 아팠다”고도 했다. ABC뉴스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만남에 대해 묻자 볼턴은 “사진 촬영과 언론 반응에 더 신경을 썼다”며 “그런 회담이 미국의 협상 입장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거의 혹은 전혀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BC뉴스는 “볼턴은 그의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인 관계와 외교적 관계를 혼동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부 차관과 유엔주재 대사를 지낸 볼턴은 북 핵시설 선제 타격을 주장해온 대북 강경파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을 다룬 영화 ‘바이스’에서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 재임 시 국무부 내 매파를 이끈 인물로 묘사됐다. 2018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됐지만, 외교 정책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지난해 9월 경질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9/20200619008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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