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박3일간 평양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2018년 9월 20일 삼지연 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의 환송을 받으며 공군 2호기로 향하고 있다./조선일보 DB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박3일간 평양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2018년 9월 20일 삼지연 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의 환송을 받으며 공군 2호기로 향하고 있다./조선일보 DB


문재인 대통령이 한때 북한에서 ’귀빈(VIP)’이었지만, 이제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 문 대통령의 ‘개인적인 십자군 운동’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과 교류는 한반도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개인적인 십자군 운동(personal crusade)’이었다”며 “이제 문 대통령은 빠르게 고조되는 위기에 빠져들면서 한때 자신이 구애했던 정권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WP는 또 “북한은 남북 화해를 상징하는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개성공단에 군을 투입하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문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붓고 있다”면서 “김정은 정권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두 정상 사이에 합의한 공동선언문을 사실상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대해서는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사실상 대리인으로 급부상했다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쳘면피한 감언이설”이라 막말을 쏟아내는 등 한국과 미국을 향해 적대적인 언사를 내놓고 있다고 진단했다. WP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힐 만큼 남북관계가 붕괴했다”고 전했다.

WP는 “문제는 잔해(붕괴된 남북관계 속에서 어떤 것이라도 건질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문재인 정부는 김여정이 매우 무례한 어조로 정상회담을 폄훼했다”고 비난했다면서 “오랫동안 대북 관계에서 너무나 관대하고, 낙관적이었던 문재인 정부였지만 이제 인내심이 바닥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2019년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AP 연합뉴스
2019년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AP 연합뉴스


◇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은 ‘승리의 순간’

WP는 “거의 2년 전 문 대통령은 평양에서 VIP 대접을 받고, 군중들의 환영 속에 무개차를 타고 도로를 달렸다”며 “북한 주민 수만 명 앞에서 기립 박수 속에 역사적인 연설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 매체는 “이는 북한 난민 부모 밑에서 태어나 대통령 임기 상당 부분을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이라는 꿈에 매달린 한 남자의 승리의 순간이었다”면서 “하지만 문 대통령의 꿈이 과연 현실적이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그의 꿈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바로 이 순간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에 대해 신뢰를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도 했다. WP는 “문 대통령이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약속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한 것도 북한 지도부의 신경을 건드렸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대북 경제제재 틀 안에서 인도적 지원과 문화 교류 등을 제안했지만, 돈을 원한 북한은 격앙됐다는 것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WP에 “문 대통령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며 “그는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을 짜증 나게 해 생기는 손실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얻는 것보다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환영행사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꽃다발을 들고 있다./EPA 연합뉴스
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환영행사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꽃다발을 들고 있다./EPA 연합뉴스


◇ 문통, 꿈 버리지는 않을 것

북한이 한미동맹 균열을 감지하고 쐐기를 박으려고 하고 있다고도 했다. WP는 국제위기그룹(ICG)의 김두연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북한은 한국에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인을 다치거나 죽이지 않는 한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남북관계 악화를 미국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WP는 “문 대통령이 꿈을 버릴 것 같지는 않다”면서 “여당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덕에 4월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자신의 기조를 밀어붙이기 충분한 위치에 서 있다”고 전망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8/20200618021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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