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청와대·정부, 강력한 유감 표명
 

북한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바로 다음 날인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6·15 20주년을 맞아 "남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며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문 대통령의 '러브콜' 하루 만에 2018년 남북 정상 간 '4·27 판문점 선언'의 상징물인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방식으로 답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6일 민주당이 단독 소집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참석 도중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이 전해지자 급히 국회를 나서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6일 민주당이 단독 소집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참석 도중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이 전해지자 급히 국회를 나서고 있다. /이덕훈 기자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회의에서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며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6·15 2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도 "남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면서 "북한에도 대화의 창을 닫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남북 협력 사업 의지까지 밝혔던 청와대는 이날 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최대 위기 국면을 맞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권 관계자도 "북측이 사실상 판문점 선언을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9·19 군사합의 파기 등 후속 군사 조치까지 뒤따를 경우엔 최악의 남북 관계가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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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부는 이날 오후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이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지 2시간 16분 만인 오후 5시 5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이후 오후 6시 40분 "북측이 2018년 '판문점 선언'에 의해 개설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NSC 사무처장인 김유근 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그간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남북 합의를 강조하며 북한에 대해 비판을 하지 않았던 청와대가 이례적인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날 북한을 비판한 김유근 1차장은 지난 11일 대북 전단에 대해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당분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길 바랐는데 이런 기대를 정면으로 저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를 그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국방부도 청와대 발표 이후 "우리 군은 현 안보 상황과 관련,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도 청와대 NSC 회의 이후 "오늘 오후 3시 40분쯤 연락사무소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남북 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로,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강력히 항의한다"며 "북측은 이번 행동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 차관은 "2018년 판문점선언 위반이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의 일방적 파기"라며 "그동안 북측의 거친 언사와 일방적 통신 차단에 이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고 했다. 또 "6·15 공동선언 20주년 다음 날 벌어진 이러한 행위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의 염원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7/20200617002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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