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6·15 선언 기념식 축사 지난주 녹화
김여정, 주말에 군사도발 시사해 연설문 다시 녹화
김홍걸 "北, 야속한 생각도 들지만 어쩔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축사를 영상을 통해 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맨 넥타이는 지난 2000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당시 착용한 넥타이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에 영상으로 축사를 하면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때 맸던 넥타이를 착용했다. 그런데 북한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문 대통령이 녹화를 다시 하느라 이 넥타이를 두 번 고쳐 맨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난주에 (문 대통령에게 넥타이를) 드렸다. 그런데 북쪽에서 계속 말폭탄을 던지는 바람에 메시지를 일부 변경할 필요가 생겨 돌려받았다가 다시 또 드려서 재촬영을 한 걸로 안다"고 했다. 이어 "김정일 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부를 때 (김 전 대통령이) 착용한 그 넥타이"라며 "청와대 측과 6·15에 의미 있는 것을 하자고 협의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라고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토요일이었던 지난 13일 담화에서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 하다"며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고, "다음 번 대적행동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여정이 군사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긴장감이 더 높아지자, 청와대가 6·15 선언 20주년 축사를 수정했고 촬영에 소품으로 쓴 김 전 대통령의 넥타이도 두 번 맸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일에 대해 "(북한이) 6·15 20주년에 꼭 그렇게 험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야 되나 하는 야속한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일성, 김정일 정권 때는 그래도 조금 민족이니 의리니 이런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개념이 (남북 관계에) 있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냉정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당장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뭉쳐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6·15 남북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