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째 대남 협박… 문정인 "군사행동 가능성"

북한이 주민 정신무장을 위한 '여름철 백두산 답사행군'을 시작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도 공개활동 대신 건설 노동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등 '서한 정치'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대적(對敵) 사업의 돌격대로 여동생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를 흔들고 본인은 막후에서 이를 조종하며 대미·대남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끝장을 볼 때까지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할 것'이라는 기사에서 탈북 단체들의 전단 살포 행위를 단속·처벌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에 대해 "위기 모면을 노린 기만적인 술책에 불과하다"며 "남조선 당국은 신성한 최고 존엄을 모독하고 북남관계의 총파산을 불러온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또 북창탄광연합기업소 소속 돌격대원들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놓고 주고받은 대화를 소개했다. 한 돌격대원이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통쾌하더군"이라고 하자 다른 돌격대원들이 "미친개에겐 몽둥이찜질이 제격이야. 착암기로 그놈들의 가슴팍에 통구멍을 내고 싶어 어디 견디겠나" "연락사무소인지 뭔지 하는 것을 콱 폭파해치웁시다"라며 맞장구치는 식이었다.

노동신문은 또 이날 1면에 "지난 12일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첫 여름철 답사 대오가 혁명의 수도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백두산 백마 등정' 직후인 작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5만6000명이 참가한 겨울철 답사가 끝나자 여름철 답사를 시작한 것이다. 고위급 탈북민 A씨는 "백두산 행군은 주민들의 정신무장, 군기 잡기를 위한 것"이라며 "이것을 1년 내내 진행해야 할 만큼 경제난 악화에 따른 동요·불만이 심각하다는 얘기"라고 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혁명박물관을 새롭게 꾸리는 사업에 적극 기여한 일꾼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셨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공개 활동 소식은 2~3주에 1회꼴로 전해지는 가운데 이처럼 사진·동영상 없이 노동자·일꾼들이나 외국 정상에게 서한을 보냈다는 단신 보도만 이어지는 상황이다. 김여정이 지난 4일 이후 두 차례 담화와 한 차례 대남사업 회의 참석을 통해 대남 비난전의 전면에 나선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당분간 (2018년 9월에 있었던) 평양 연설, 백두산 등정, 옥류관 냉면값을 내라는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빚 독촉에 시달릴 것"이라고 했다.